정원 늘린 지방의대, '지역인재전형 60% 확대'는 왜 빠졌나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4대과제 발표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을 추진하면서 밝혔던 '지역인재전형 선발 60%' 확대 방침이 정책으로 추진되지는 않게 됐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6일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천명 증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비수도권 의대 입학시 지역인재전형으로 60% 이상 충원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40%에서 60%로 확대하겠다는 것이었다.
 
의대와 약대, 치대, 한의대는 '지방대육성법'에 따라 2023학년도부터 신입생의 40%(강원·제주는 20%)를 해당 권역 출신 중에서 선발해야만 한다. 지역인재전형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6개 권역(부울경·대구경북·강원·충청·호남·제주 권역) 중 대학이 속한 권역에서 고등학교 전 교육과정을 이수해야만 한다. 
 
지방 의대를 졸업한 의사가 지방에 남아 일할 확률이 수도권 의대를 졸업한 의사가 지방에서 일할 확률보다 높은 만큼, 지역인재전형 확대가 지역의 의사 구인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였다. 
 
그런데 20일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 발표에서는 지역인재전형 60% 확대 계획이 포함되지 않았다. 관련 질의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하향식 추진 방식이 아니고 상향식 추진 방식을 통해서 충분히 지역인재 선발 60% 추진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책으로 추진하지 않고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는 것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현실적으로 이를 추진할 경우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5학년도에 수도권 의대 정원은 34.9% 느는데 비해 비수도권은 무려 81.0%나 늘게 된다.
 
권역 내 학생 수가 한정돼 있는 만큼 비수도권 의대 정원 증원 증가만으로도 합격선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지역인재전형 의무 선발 비율을 늘릴 경우, 합격선 추가 하락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역에 따라 학생 수에 차이가 있고, 고득점자 분포도 지역마다 다른 상황에서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중을 60% 이상으로 규정해 놓을 경우, 대학 입장에서 대단히 난처한 상황에 처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종로학원이 2023학년도 수능에서 수학 1등급을 맞은 고3 학생수를 추정해 분석한 결과, 수도권의 경우 수도권 의대 모집정원의 6.3배에 달했지만, 비수도권(6개 권역)은 1.7배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강원권의 경우 수학 1등급 인원이 97명으로 4개 의대 모집정원 267명보다 170명이 부족했다. 강원권은 1~2등급 학생수가 341명으로 추정됐다. 
 
종로학원이 입학 정원 2천명 증원 전 '2025학년도 전형계획'을 기준으로 파악한 결과, 비수도권 26개 의대 중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이 60%를 넘는 곳은 동아대(89.8%), 부산대·전남대(각 80%), 경상국립대(75.0%), 전북대(62.7%), 조선대·대구가톨릭대(각 60.0%) 등 7곳에 그쳤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