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주주들 '질타'에 삼성 '진땀'…"2~3년 내 반도체 1위 탈환"

"SK하이닉스 주가는 나는데, 삼성은 박스권" 주가관리 지적 쏟아져
반도체 부문 개선 방향 질의 집중…경계현 "준비 못한 면 있다…올해는 나아질 것"

삼성전자 주주총회가 열린 수원컨벤션센터 외부 모습(왼쪽)과 내부 모습. 조태임 기자

"SK하이닉스보다 먼저 HBM을 먼저 개발했지만 지금 SK하이닉스보다 주가가 낮다. 트렌드를 읽었다면 비즈니스 아이템을 도출하는 인사이트를 내놨어야 한다"

"지금 임원들, 사퇴할 생각 없는가?"


20일 삼성전자 주총이 열리는 수원 컨벤션센터, 건물 전면과 입구부터 삼성전자 주주총회 현수막과 입간판이 삼성전자 주주들을 맞이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주주들은 600여명, 과거 1,000여명씨 참여했던 때에 비하면 참석자 수는 많이 줄어든 모습이다.
 
삼성전자 전체주주수는 지난해 말 기준 486만명으로 전년도와 비교하면 114만명이 빠졌다. 지난해 실적・주가 악화 등으로 주가가 박스권에 갇혀 상승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주총에서는 지지부진한 주가에 대한 질타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한 주주는 "최근 SK하이닉스는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주가 흐름이 7만원 초반대로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했다. 발언권을 얻은 또다른 주주 역시 "작년엔 실적 안 좋아서 주주환원도 기대 많이 못 미친 듯한데, 올해 실적은 어떻게 예상하느냐"고 물었다.
 
앞서 하루 전날 SK하이닉스가 HBM3E(고대역폭메모리)세계 최초로 양산해 엔비디아에 공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영향 때문인지, 삼성전자가 기술 개발에 밀리게 된 부분에 대한 지적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
 
한 주주는 "기업이라면 제일 중요한 건 시장 상황에 대한 파악인데, 10년전부터 AI시대 도래 예상했는데, 그 부분 놓친 거 안타깝다"며 "최고경영진이라면. 젤 중요한건 적기에, 2019년 HBM먼저 개발하고 2019년에 먼저 팀 해체해서 그 좋은 기회 날리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주주들의 불만은 경영진 사퇴를 요구하는 한 주주의 발언에서 정점을 이뤘다. 한 주주는 이병철 선대회장을 언급하며 "실적위주의 경영을 한 이병철 선대회장님이 이 자리에 계셨다면 앞세 있는 임원분들이 이 자리에 앉아있을 수 있었을지 궁금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렇게 망가진 실적을 보이고도 지난해와 동일하게 임원들이 자리에 앉아있는데 지금 있는 임원들이 이 자리를 빌어 사퇴할 생각은 없는지 묻고 싶다"고 질책했다.
 

임원진들 연신 진땀…"죄송하다…올해는 나아질 것"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사회를 맡은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주주들의 잇단 질타에 "주주님께서 말씀주신 내용을 잘 새겨듣겠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당사가 발전할 수 있도록 임직원 전체가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모든 디바이스에 AI를 본격적으로 적용해, 고객에게 생성형 AI와 온디바이스 AI가 펼쳐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번 주총에서 주총장 현장에서 주주들의 질문을 듣고, 이에 대해 경영진이 직접 답하는 방식의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처음으로 가졌는데 주로 반도체 사업에 대한 질의가 줄을 이었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에 지난해 DS 부문 연간 적자가 14조8800억원에 달했다.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DS부문장)은 "업황이 좋지 않았지만, 준비를 잘하지 못한 면이 있다"면서 잘못을 인정하기도 했다.

경 사장은 "근원적인 경쟁력을 강화해 시장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게 하겠다"며 "본격 회복을 알리는 '재도약'과 DS 부문의 '미래 반세기를 개막하는 성장의 한해'가 될 것이고 2~3년 내로 반도체 세계 1위 자리를 되찾겠다"고 다짐했다.

 

"삼성전자가 국가의 미래…잘 돼야" 주주들 바람도


20일 삼성전자 주주총회 장에서 아빠와 같이 온 초등학생 주주가 소원을 적은 메모를 꽂고 있다. 오른쪽은 삼성전자 주주들의 응원 메시지들. 조태임 기자

주총장 밖에서 만난 주주들은 대부분 삼성전자가 잘 돼야 국가 경제가 산다며 삼성전자의 지속적인 성장을 희망했다.
 
'20년 삼성전자 주주'라고 밝힌 93세 어르신은 "삼성전자도 잘 돼야 하고, 우리나라도 잘돼야 한다. 삼성전자 응원하기 위해 주총장에 왔다"고 말했다.

3년전 부터 매년 주총장을 찾는다는 50대 여성 역시 "삼성전자가 어떤 사업을 주도할지를 보면, 향후 우리나라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미리 가늠하로 왔다"고 설명했다.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투자업계에서 일하고 있다는 42세 전모씨는 "어릴때부터 아이들에게 올바른 투자과 투자자의 권리 등을 알려주고 싶어서 학교에는 체험수업을 신청하고 오게 됐다"고 말했다. 전씨의 초등학교 3학년 딸은 "주식을 투자하는 사람들이 회의하는 곳이라고 들었다"며 해맑은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전날 경주에서 올라왔다는 초등학교 6학년생 조승우(13)군은 "작년에 처음 왔었고, 기억이 좋아서 올해 아빠와 또 오게 됐다"며 "주총을 보는게 재밌었다. 회사의 문제에 대해 회의하는 것도 신기하고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주주총회장에는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을 통해 제조 및 기술 노하우를 전수받은 중소기업 12개사의 제품 전시 및 판매를 위한 '상생마켓'이 들어섰다. 또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운영 중인 C랩이 육성한 스타트업 7개사를 소개하는 전시 공간도 선보였다.
 
이외에도 청년들의 SW 교육을 지원하는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와 자립준비청년들의 홀로서기를 돕는 '희망디딤돌' 등 삼성전자의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부스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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