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설 연휴에 친할머니를 살해한 20대 남매는 사건 3개월 전부터 이미 잔혹한 범행을 철저하게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모 사실이 확인된 누나는 할머니가 관리하는 동생의 재산을 노리고 적극적으로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존속살해 혐의로 A(20대·남)씨와 A씨의 누나 B(20대)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들은 설 연휴인 지난달 9일 부산 남구에 있는 할머니 C(70대·여)씨 집에 찾아가 C씨를 수차례 폭행해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등에 따르면 숨진 C씨는 자신의 아들이 사망한 뒤 홀로 지내게 된 손자 A씨의 생활 전반을 돌보며 장애인 연금과 월급, 기초생활보장 급여 등을 관리해 왔다.
하지만 A씨는 이를 자신에 대한 간섭으로 여겼고, 평소 할머니에게 불만이 있던 누나 B씨와 범행을 공모했다.
이들 남매는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돈(A씨의 기초생활보장급여 등)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며 이미 3개월 전부터 사고사로 위장해 할머니를 살해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휴대전화로 할머니 집 주변 지도를 살피며 사고로 가장할 방법을 찾는가 하면 119와 수사 기관에 대응할 방안을 논의하는 등 철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누나 B씨는 할머니가 사망하면 동생의 재산을 직접 관리할 의도를 가지고 평소 자신에게 의존하던 동생의 불만을 부추기고 직접 범행 방법까지 계획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결국 A씨 남매는 설 연휴 인사를 핑계로 집에 찾아가 할머니를 수차례 폭행해 살해했다.
범행 직후 A씨는 "할머니가 화장실에서 쓰러졌다"고 119에 신고했지만 숨진 C씨를 조사하던 경찰이 범죄 흔적을 포착해 수사에 나섰고, 결국 A씨 남매의 잔혹한 범행이 확인됐다.
조사 결과 숨진 C씨는 어려운 형편에도 손자의 재산을 성실하게 관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동부지청 관계자는 "A, B씨는 피해자에 대해 'A씨를 무시하고 심한 말과 욕을 많이 했다'고 주장했지만, 조사 결과 할머니 C씨는 어려운 형편에도 근검절약하며 장애가 있던 손자를 위해 성실하게 재산을 관리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은 피고인들이 사전 계획에 따라 할머니를 잔혹하게 살해한 반인륜적인 범죄"라며 "적극적인 공소 유지로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