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이라도 더 좋은 일자리에 취업시키기 위해 첨예한 경쟁을 펼치는 한국의 대학에서 '기본'이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느껴진 지 오래다. 이 나라의 많은 학부모들은 아무리 많은 비용을 들이더라도 족집게 과외를 붙이거나 1타강사를 찾아 아이의 찍기 위주 문제풀이 능력을 키우는데 혈안이 돼 있다.
의치과대나 약학대 등 소위 요즘 핫한 학과, 학부를 졸업하면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삶 즉 '유복한 인생이 보장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안다.
자본주의사회에 사는 국민들의 생각이 그렇고, 국민들의 이해와 요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대학은 학문적 순수성의 추구나 인성교육보다는 효율성에 집중하다 보니 사회의 전체적 방향성은 나, 나의 이익, 가족의 이익과 안녕이란 협소한 가치에 맞춰지게 되고 우리와 공동체 의식은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대학에 입학하는 새내기들의 인성을 다듬어 주기 위한 방편으로 예를 들어 '현대사회와 윤리' '예체능' 등을 묶어 교양과정학부를 대학들마다 운영하고 있다. 재학생들은 각기 입맛에 따라 필수 또는 선택 과목들을 골라내 수강하게 된다. 교양과정의 운영방식은 10~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공동체를 강조하거나 자본주의적 이윤추구에서 반드시 지켜져야할 덕목들을 담은 '윤리'의 위상이 쪼그라들거나 우선순위가 다른 과목들에 한참 뒤로 밀린 트랜드를 제외하고는.
요즘 입사시험의 일반적 패턴을 보면 특정 직업을 수행하기 위한 전공과목과 토익텝스 등으로 대체되는 외국어, 국내외의 시류를 따라잡고 있는 척도로 간주되는 상식을 갖추면 웬만한 입시의 관문은 뚫을 수 있다. 마지막 관문인 임원 면접을 통해서는 성장기 내내 쌓은 지식의 총합체로서 인격과 역량이 측정되지만 면접의 노하우를 채워주는 전문서비스를 이용하면 굳이 긴 수련이 필요도 없다.
이러니 학문의 전당인 대학마저 다양성보다는 목적지향성을 띠는 조직체로 점차 변화하는 경향을 보이게 되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국내의 많은 대학이 이왕이면 취업률 실적을 채우는 방향으로 학사일정을 짜서 추진하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갈수록 인구수가 감소하는 현실에서 거대한 시류를 무시하다가는 결국 소멸위기에 직면하고 말 것이라는 위기의식은 이런 흐름을 강화시킨다.
이 학교의 천마학부대학에는 '사회공헌과 봉사'라는 교양과목이 개설돼 있고 대학원을 제외하고 학부로 입학하는 모든 학생들은 의무 수강해야 한다. 최외출 영남대총장은 19일 CBS노컷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1학점 짜리인 사회공헌과 봉사 과목은 영남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들어야 하는 필수과목으로 수강하지 않고는 졸업을 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최 총장은 "3년전 과목이 처음 개설될 때만 해도 '뭐 이런 걸 시키느냐'는 반응도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가치가 있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다"며 "사회공헌이나 공동체성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시켜야 한다는 생각에서 도입한 것"이라는 배경 설명을 덧붙였다.
캠퍼스에 만난 학생들 가운데 신입생들은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교양필수과목에 대해 모르는 경우도 있었지만, 고학년 재학생들은 대수롭지 않다거나 일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새마을국제개발학과 김 모(3학년)양은 이 과목의 봉사활동에 대해 "오전에 일찍(7시) 학교에 나와서 활동을 하게 되는데 막상 해보니까 좋은 것 같다. 아침 일찍 학교에 등교하는 것도 좋고 반 전체가 모두가 모여서 쓰레기를 줍고 담배꽁초를 수거하기도 하니까 멤버십을 쌓고 또 학교환경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나름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봉사활동이 이뤄지는 시각은 7시 30분~8시 30분까지다.
학교생활에 익숙지 못한 일부 신입생들은 사회공헌과 봉사란 얘기를 듣고 그게 뭐냐고 반문이라도 하듯 멀뚱한 표정을 짓는 경우도 있었다.
영남대 학생들이 오래전부터 이런 수업을 들은 것 같지는 않다. 공동체적 가치에 교육의 의미를 두는 총장이 취임하면서 시작된 작은 변화에 불과하고, 혹여라도 총장이 교체되면 곧 폐지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나 외에 주변을 생각하고 공동체를 생각하게 하는 하나의 계기를 제공할 방편으로 이런 아이디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과목을 대하면서 초중학교 학창시절 '환경정화활동'이란 이름으로 반별로 구역을 나눠 학교 구석구석을 돌며 쓰레기를 줍던 데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경위야 어떻든 구성원 모두에게 새로운 관점과 가치에 대해 생각의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요즘 시절 캠퍼스에서 보기엔 낯설고 독특한 과목이지만, 그 발상도 독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