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차세대 간판'으로 많은 기대를 모은 이강인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후 '문제아'로 전락했다. 대회 기간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물리적으로 충돌한 이른바 '탁구 게이트'로 축구계에 큰 충격을 안겼기 때문이다.
단합력이 무너진 한국은 결국 준결승에서 요르단에 0대2로 패하면서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했다. 우승을 호언장담했던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은 대회 탈락을 비롯해 전술 부재, 선수단 관리 실패 등을 이유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최근 이강인은 영국 런던에 있던 손흥민을 직접 찾아가 사과했고, 손흥민이 용서하며 갈등이 봉합됐다. 그럼에도 3월 A매치를 앞두고 이번만큼은 징계 차원에서라도 이강인을 소집하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후 임시 사령탑에 오른 황선홍 감독은 이강인을 향한 비난 여론에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이강인이 경기력으로 성난 팬심을 달랠 기회를 준 것.
황 감독은 지난 11일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두 선수(이강인과 손흥민)와 모두 소통했다"면서 "이강인은 팀원들과 축구 팬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길 원했고, 손흥민은 이강인을 감싸면서 나아가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운동장에서 생긴 문제는 운동장에서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속팀 일정으로 합류가 늦어진 이강인은 19일 오후 입국할 예정이다. 이강인은 지난 18일 프랑스 리그1 몽펠리에전에서 리그 2호 골이자 시즌 4호 골을 터뜨려 팀의 6대2 대승에 기여했다.
이강인은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태국전 대비 훈련 직전 취재진 앞에 서서 사죄의 뜻을 전할 계획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공식 기자회견 후 훈련이 진행되기 전 이강인이 미디어 앞에서 팬들에게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근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언론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황 감독은 "여기 계신 분들과 축구 팬들께서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한면서 "한 마음으로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태국전에서 팬 서비스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소집 때마다 팬들과 함께 했던 오픈 트레이닝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또 최근 대표팀 유니폼이 바뀌면서 스폰서와 함께 진행할 예정이었던 판촉 행사도 취소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자숙한다는 의미에서 스폰서에 양해를 구해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황선홍호 오는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태국과 월드컵 2차 예선 3차전에 나선다. 이어 22일 태국으로 이동해 26일 오후 9시 30분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4차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