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테면 쳐봐라는 생각이 아니라 나의 공을 테스트한다는 생각으로 던졌다"
아직 KBO 리그에 데뷔도 하지 않은 신예의 패기가 보통이 아니다. KBO 신인드래프트 1,2순위 지명 유망주들이 LA 다저스와 평가전에 나란히 등판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김택연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전체 2순위로 두산의 지명을 받은 인천고 출신의 오른손 투수 김택연은 18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평가전에 한국이 2-4로 뒤진 6회말 팀 코리아의 네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김택연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로 주눅들지 않고 평균 구속 149.2km, 최고 시속 150.8km의 빠른 공을 자신있게 뿌렸다. 김택연은 먼저 첫 타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를 상대로 시속 150km가 넘는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포수에게 공을 건네받으면서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자신감이 넘쳤다.
다음 타자 제임스 아웃맨을 상대로는 볼카운트 3볼에 몰렸다. 김택연은 이때부터 한복판으로 패스트볼 2개를 연거푸 뿌렸고 한 차례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이후 강력한 하이 패스트볼로 아웃맨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김택연은 "대표팀이 되고나서 처음 하는 경기라 피해가는 승부보다는 나의 공을 던지고 후회없이 내려오려고 했다. 그렇게 했던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한복판으로 던진 직구에 메이저리그 타자가 헛스윙 한 장면에 대해서는 "칠테면 쳐봐라는 생각이 아니라 나의 공을 테스트한다는 생각으로 던졌다. 저에 대한 정보가 없다 보니까 유리한 상태로 승부해서 헛스윙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다저스 투수를 포함해 이날 등판한 모든 투수 중 가장 많은 회전수(2428)가 기록됐다는 취재진의 말에는 "수치는 몰랐는데 팀과 메이저리그 투수 중에서도 가장 낫다는 건 기분 좋다"고 응답했다. 정말로 기분이 좋아 보였다.
대표팀 마운드의 다음 주자는 전체 1순위 지명의 주인공 황준서(한화)였다.
왼손 투수 황준서 역시 미구엘 바르가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시속 146.5km의 하이 패스트볼을 던져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이닝을 끝낸 황준서가 덕아웃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류중일 감독은 경기를 총평하면서 김택연과 황준서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한국 야구의 세대교체를 이끌고 있는 사령탑에게 두 선수의 혜성같은 등장은 그만큼 반가운 일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오늘 신인들, 김택연과 황준서가 던지는 모습을 보니까 어린 선수가 그 많은 관중 앞에서, 메이저리거를 상대로 자기 볼을 던진다는 게 참 기특하다. 앞으로 두 선수가 KBO 리그에서 어떤 선수가 될 지 궁금하다. 잘했다"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