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등 주요 외국계 은행이 4천억 원에 가까운 배당금을 본국에 송금하기로 했다.
지분율에 따른 배당이긴 하지만, 고금리 시기에 국내에서 손쉽게 벌어들인 돈을 외국 본사에 상당 수준 보내는 반면 국내 사회공헌에는 인색하다는 평가와 맞물려 국부 유출 논란도 재점화되는 기류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작년 11월 2천억 원 규모의 중간배당에 이어 지난 15일 정기 이사회에서 500억 원 규모의 결산 배당을 결정했다. 최종 확정은 2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뤄진다.
SC제일은행의 작년 순이익은 3506억 원(잠정)으로 전년(2022년) 대비 10.1% 줄어들었지만 배당 규모는 오히려 늘어났다. 2022년 배당 규모는 1600억 원으로, 이번에 1.5배 불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작년 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을 나타내는 배당 성향은 71.31%에 달했다.
한국씨티은행도 지난달 15일 정기 이사회에서 약 1388억 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결정하며 전년과 같은 50%의 배당 성향을 유지했다. 이를 확정하는 씨티은행의 주주총회는 오는 28일로 예정됐다.
이들 은행의 배당금은 지분율에 따라 거의 대부분 외국 본사로 보내진다. SC제일은행은 스탠다드차타드 북동아시아법인(Standard Chartered NEA Limited)이 2억6천만여주(지분율 100%)를 보유 중이다.
한국시티은행도 미국의 '시티뱅크 오버시즈 인베스트먼트 코퍼레이션(Citibank Overseas Investment Corporation)'이 최대주주로, 3억1820만여주(지분율 99.98%)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사들의 주주환원책 확대 기조 속에서 지분율과 맞물린 배당 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반론도 없지 않다. 하지만 금리인상기에 국내에서 적지 않은 수익을 거뒀으면서도 사회공헌에는 소극적인 반면, 외국 최대주주에겐 과도하게 배당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국부유출 논란이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은행연합회가 발간한 '2022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22년 SC제일은행의 사회공헌비 지출은 약 107억원으로, 그해 순이익(4625억 원)에서의 비중은 2.32%에 불과하다. 같은해 한국씨티은행의 사회공헌비 지출액은 75억원으로, 순이익 대비 비중은 3.62%에 그쳤다.
주요 시중은행(SC, 씨티 제외)과 지방은행의 순이익 대비 사회공헌비 지출액 비중이 6.84~11.17%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색하다는 평가가 뒤따르는 대목이다. 특히 SC제일은행의 경우 최근 불완전판매·대규모 손실 논란이 불거진 홍콩 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 상품 취급 규모가 1조 원을 웃돌았다는 점에서 더욱 도마에 오르는 모양새다.
이러한 비판적 시선에 대해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주주환원 정책이 힘을 받는 분위기도 고려가 된 배당"이라며 "작년도 회계결산 결과 뿐 아니라 그간 지속된 내부 유보에 따른 자본 축적으로 인한 자본 효율성 향상 필요성 등을 고려한 배당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등 재무건전성 유지 측면과 국제기준, 한국의 가이드라인 등도 준수했다. 배당 이후 은행의 작년말 기준 BIS 자기자본 비율은 22.80%"이라며 "금융당국의 요건을 상회하면서 충분한 손실 흡수력과 자본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도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향상됐으며 자본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업계 최고 수준의 자본 적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에 BIS 자기자본비율 등 국내외 규제 기준과 은행의 재무적 안정성 등을 충분히 고려해 배당성향을 전년과 동일하게 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주요 해외 은행의 평균 배당 성향보다는 낮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