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오는 27일 개봉하는 '세월: 라이프 고즈 온'(감독 장민경)은 세월호 참사,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씨랜드 수련원 화재 참사, 민주화 과정에서의 국가폭력 등 사회적 참사로 가족을 떠나보낸 이들이 서로에게 묻고 답하며 전하는 세상 끝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1999년 6월 30일 씨랜드 수련원 참사로 23명이, 2003년 2월 18일 대구 지하철 참사로 192명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304명이 세상을 떠났다.
영화 속 서로 다른 사회적 참사 유가족은 사랑하는 이를 잃어 무력한 피해자가 아닌, 그날 이후의 시간을 살아온 주체로 그려진다. 또 그들은 다른 이들을 위해 연대하고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한다.
이 영화를 연출한 장민경 감독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세 가지 참사를 엮어서 작품을 만든 이유에 관해 "참사가 반복되고, 또 그 안에서 비슷한 문제들이 반복된다는 것을 보이고 싶었다. 그리고 애도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애도라는 보편적인 과정이 한국의 사회적 참사 상황에서는 특수한 상황에 놓이는 것 같다. 애도를 위해서는 죽음의 이유를 알고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한데, 한국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참사는 대부분 그런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못한다"며 "이렇게 애도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무력하게 혼자 고립되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어떻게 찾아갈 수 있을지를 알아보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황명애 대구 지하철 참사 희생자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연대'를 언급했다. 그는 "우리가 참사가 일어나면 바로 달려가는 이유는 그 마음을 알기 때문"이라며 "특히 상실의 아픔도 있지만 수습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매우 고통스럽다. 그런 어려움을 알고 있기 때문에 유가족들은 서로 연대해야 하고 또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장 감독은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참사는 항상 발생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순간에도 사람이 살아갈 힘은 어떤 고립되지 않은, 곁에 있는 존재인 것 같다"며 "그 곁의 존재를 발견하는 것이 영화를 찍는 이유이고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런 마음이 관객들에게도 닿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바람의 세월'은 안전한 사회를 위한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의 10년 세월과 간절한 바람을 담은 아카이브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영화를 공동 연출한 문종택 감독은 세월호 참사로 단원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딸을 잃은 아버지다.
평범한 시민이던 그는 2014년 여름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고, (사)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약칭 가협)의 거의 모든 일정을 카메라로 기록해왔다. 어느새 영상들은 5000여 개가 넘고, 진실을 전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 '416TV'를 운영 중이기도 하다. 이렇게 모인 아버지의 3654일, 5000여 개의 영상을 모아 '바람의 세월'에 담아냈다.
10년 전인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로 거슬러 올라가며 시작하는 영화에는 사고 소식에 놀란 부모들이 가슴을 부여잡고, 밤늦도록 바다를 바라보며 가족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어 지난 10년간 피해자 가족들과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삼보일배, 서명운동, 도보 행진, 삭발, 촛불집회 등 수많은 방식으로 활동해 온 모습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바람의 세월'은 세월호 참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이어진 다른 참사의 모습과 그 참사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함께 연대하여 더 안전한 사회로의 이행을 꿈꾸는 피해자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왜 여전히 세월호를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한지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