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로서 작업을 시작한 작가의 작품은 고전 회화 장르에 대한 현대적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강렬한 색상 대비와 미세한 그라데이션을 통해 회화적 공간을 창조하는 작품들은 회화의 한계를 실험한다.
작가는 미묘하지만 원초적 매력이 드러나는 초상화 작업으로 유명하다.
초상화 작업은 주로 패션잡지에서 발견한 사진에서 시작한다. 전후 소비주의 문화의 허영을 보여주는 1990년대~2000년대 슈퍼모델의 이미지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반복해 과잉된 소비주의 문화가 배제된 인간의 근본을 형상화한다. 이를 통해 가질 수 없는 무언가를 갈망하는 인간의 욕망을 고찰한다.
작가는 "초상화라는 장르는 관객의 욕망을 이끌어내는 것이 주된 목표다. 그런 점에서 초상화는 보는 이의 상상과 결부될 때 진정한 잠재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종이가 접힌 자국은 작업의 섬세한 구성에 질감과 깊이를 더해 시적 표현을 심화했고 종이 위 남겨진 주름 한 점 한 점은 다층의 기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새겨진 자국에 담긴 시간 속 순간들은 그 안에 내재된 다양한 서사를 암시한다.
회상을 시각화한 이들 작품은 미지의 것을 정복하려는 열망에 사로잡혀 결국 자기 자신을 무지에 몰아넣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