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 여제' 김가영(하나카드)이 또 하나의 프로당구(PBA) 역사를 썼다. 남녀부 최초로 왕중왕전 4년 연속 결승 진출에 이어 전인미답의 2회 우승의 위업을 이뤘다.
김가영은 17일 오후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SK렌터카 제주특별자치도 PBA 월드 챔피언십 2024' 여자부 결승에서 김보미(NH농협카드)를 눌렀다. 1세트를 따낸 뒤 2~4세트를 내줬지만 내리 세 세트를 따내는 기적의 역전 우승을 이뤘다.
2시즌 만에 다시 상금 랭킹 상위 32명만 출전하는 왕중왕전 정상에 올랐다. 김가영은 전날 한지은(에스와이)와 4강전에서 승리하며 이미 4년 연속 결승 진출을 이뤘다. 여기에 남녀부 최초 2회 우승이라는 역사를 수립했다.
김가영은 또 7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여자부 역대 최다 기록 반열에 올랐다.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와 다승 공동 1위다. 남녀부 통틀어서는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의 8회 우승이다.
이번 우승으로 상금 7000만 원을 더한 김가영은 여자부 최초로 누적 상금 3억 원을 돌파했다. 3억4090만 원으로 스롱(2억5892만 원)과 격차를 더 벌렸다.
김보미는 생애 첫 우승을 노렸지만 김가영을 넘지 못했다. 10번 4강에 진출해 2번째 결승에 올랐지만 매치 포인트를 수 차례 놓쳐 또 다시 준우승에 머물며 첫 정상 등극을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출발은 김가영이 좋았다. 18이닝까지 가는 장기전 끝에 옆돌리기를 앞세워 11 대 9로 기선을 제압했다.
하지만 2세트부터 김보미의 집중력이 빛났다. 특히 8이닝째 타임 아웃 뒤 어려운 3뱅크 샷을 성공시켜 승기를 잡았다. 김가영이 옆돌리기와 뒤돌리기로 10 대 10 동점을 만들었지만 김보미가 9이닝째 뒤돌려치기로 마무리했다.
3세트는 김보미의 난구 풀이쇼가 이어졌다. 3이닝째 환상적인 되돌리기를 펼친 김보미는 7이닝째도 어려운 되돌리기를 성공시켰다. 김가영도 더블 쿠션으로 맞섰지만 김보미가 뒤돌려치기와 옆돌리기로 세트 스코어 2 대 1로 앞서갔다.
여세를 몰아 김보미는 4세트도 8이닝째 어려운 배치에서 수구를 당겨 엄청난 뒤돌려치기를 펼쳤다. 김가영이 공타에 시달리는 사이 11, 12이닝 뒤돌려치기로 세트를 마무리했다.
벼랑에 몰린 김가영도 5세트 10이닝째 환상적인 3뱅크 샷 등으로 6 대 6 동점을 만들며 만회를 노렸다. 김보미가 곧바로 어려운 앞돌리기를 짧게 성공시켜 흐름을 지켰고, 옆돌리기와 1뱅크 샷으로 매치 포인트를 만들었다. 그러나 김가영이 차곡차곡 추격하며 동점을 만들었다. 김보미가 어렵지 않은 옆돌리기를 놓치는 등 흔들리는 사이 김가영이 되돌리기 뱅크 샷으로 5세트를 따냈다.
기사회생한 김가영이 6세트 1이닝 뒤돌리기, 옆돌리기, 2뱅크 샷, 넣어치기 뱅크 샷 등으로 10점을 몰아쳤다. 3이닝 만에 세트를 따내며 승부를 마지막 7세트로 몰고 갔다.
운명의 7세트, 김가영이 2이닝과 3이닝 뒤돌리기 등으로 3 대 0까지 앞서갔다. 김보미도 3이닝째 리버스로 만회했지만 김가영이 4이닝째 짧은 옆돌리기 등으로 다시 3점을 냈다. 5이닝째 김가영은 걸어치기, 6이닝째 옆돌리기로 승기를 잡았다. 마지막 3쿠션 뱅크 샷으로 우승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