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또, 또 전장연 구속영장 기각…점입가경 경찰 무리수

'장애인 해고 노동자 복직' 전장연 이형숙 공동대표 구속영장 신청서 입수
"정당한 공권력 경시", "개인적 감정만 표출" 등 권위주의적 표현 잇따라
"손실비용 4450억·피해규모 1060만 명" 전장연 '악마화' 작업도 서슴지 않아
남발되는 영장 청구에…"이런 이유로 오래 체포한다면 문제" 비판

경찰에 연행되는 이형숙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연합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 도중 체포된 전장연 이형숙 공동대표에 대해 "반성의 기미가 없다"며 경찰이 신청했던 구속영장이 또다시 기각됐다. CBS 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서에는 "공권력의 권위를 경시", "개인적인 감정만을 표출" 등 권위주의적인 표현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오전 8시 30분쯤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중증 장애인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 투쟁을 벌이다가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직원 10여 명에 둘러싸인 채 강제 퇴거당했다.

서교공 요청을 받아 서울경찰청 소속 기동대 직원이 이 대표를 끌어내는 과정에서 이 대표의 휠체어 손잡이에 걸려 있던 가방이 찢어졌다. 이 대표는 가방에서 떨어져 나간 소지품을 수습하려 손을 뻗었고, 이 과정에서 곁에 있는 경찰관의 뺨을 쳤다.

CBS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서에 따르면, 서울 혜화경찰서는 이 대표에 대해 "'자신의 가방이 다칠까 우려된다는 이유'만으로 다중이 보는 앞에서 손으로 제복을 입은 경찰관의 뺨을 가격한 것은 정당한 공권력의 권위를 경시한 것"이라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찰은 "혜화역사에 배치된 소속 기동대 직원에 대해 일전에 상면하거나 특별한 감정이 있는 상대방이 아님에도 본인의 '개인적인 감정'만을 표출하며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해 비난 가능성 역시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 대표와 전장연은 올해 들어 돌연 '중증장애인 권리중심 공공 일자리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한 서울시를 규탄하고, 하루아침에 '해고 노동자'가 된 동료 장애인들의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시위에 나섰다. 경찰은 이를 '공권력의 권위를 경시한 것'으로, '개인적인 감정만 표출한 속 좁은 행위'로 규정한 셈이다.

특히 이번 구속영장 신청 사유에는 전장연을 '악마화'하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깔려 있다.

경찰은 "2년여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시위로 발생한 사회적 손실비용은 4450억 원으로 추산되며, 약 1060만 명이 정시에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다"는 서교공의 상급 기관인 서울시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겨적었다.

경찰은 또 "승강장과 열차 사이에 휠체어를 위치시키거나 승하차를 반복하는 등 열차 운행을 방해하는 방법, 집회 중 도로 또는 횡단보도에 서서 점거하거나 휠체어를 타고 돌진하는 등의 불법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이 대표가 참가했던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은 단순히 10여 분간 지하철 승강장을 따라 일렬로 가만히 서서 손팻말을 들고 있는 침묵시위로 진행됐다. 열차 운행은커녕, 시민들의 통행조차 방해하지 않았는데도 경찰은 이 대표가 이날 하지도 않았던 행위들까지 구속 사유로 열거하며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경찰은 다른 구속의 필요성으로 이 대표의 주거가 불안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경찰서 담당자가 직접 피의자의 공부상 주소지에 소재수사를 했으나 불상인이 문밖에 나와 '해당 주소지에는 피의자가 거주하지 않는다'고 말한 사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대표 변호인단은 변호인 의견서에서 "피의자(이 대표)는 동거인인 딸로부터 '집에 경찰이 피의자를 찾아와서 지금은 피의자가 집에 없다고 답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사실이 있다"고 반박했다. 사실상 경찰이 거짓말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임대 기한 20년인 서울의 한 공공임대주택에 딸과 함께 살고 있다. 2021년부터는 장애인 활동지원사가 매일 출퇴근하며 중증 장애가 있는 이 대표의 활동을 보조하고 있다. 이 대표가 자신의 주거지를 숨기려 했다거나, 현 주거지에 살고 있지 않다는 경찰 측 주장은 이 대표의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다.

경찰은 이 대표를 구속해야 할 사유로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들기도 했다.

하지만 집회 당시 경찰이 이 대표가 경찰관을 폭행했다고 주장하는 시점의 영상을 이미 체증했다. 또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는 경찰관의 진술도 확보했기 때문에 일반 시민인 이 대표가 직접 증거를 인멸하거나, 피해자인 경찰관에게 압박을 행사해 증거를 인멸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결국 불구속 수사가 원칙인 경찰이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압박하려 다툼의 여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무리하게 구속 영장부터 신청하고 본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장연 유진우 활동가. 연합뉴스

전장연 활동가에 대한 경찰의 무리한 구속영장 신청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과 이번해 1월 경찰은 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전장연 유진우 활동가에 대해 구속영장을 두 차례 신청했지만, 그 때마다 법원은 영장을 모조리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열고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와 심문 과정에서 진술 태도 등에 비춰볼 때 피의자에게 도망 우려나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대표 변호인인 희망법 강솔지 변호사는 "구속영장 청구 자체가 구속의 필요성이 인정되기 때문이라기보다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와 집회를 막기 위해 반복되고 있다"며 "경찰이 현장에서 체포하고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과정까지 걸리는 시간 동안 활동가를 체포해둔 상태로 대기시키는 것이 본질적으로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혜화서 관계자는 "피의자가 도주 우려가 있는지, 증거 인멸 우려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는 이전의 행위와 구분 지어 생각할 수 없다"며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해도 불법 행위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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