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김부겸 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논란이 불거진 양문석 후보 공천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이며 충돌하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17일 국회에서 양 후보와 만나 "지금 스스로 수습할 수 있는 건 당신 밖에 없다"며 스스로의 결단을 촉구했고, 이 대표는 '표현의 자유'를 들어 양 후보를 두둔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22대 총선 후보자 대회' 시작 전 양 후보를 만났다. 양 후보는 김 위원장에게 "워낙 저한테 화가 많이 나 계신 것 같다"고 말을 건넸고 김 위원장은 "하여튼 상황이 이렇게 됐다. 지금 스스로 수습할 수 있는 건 당신 밖에 없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여기서 새로운 게 뭐가 더 나오면 그건 우리도 보호 못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양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을 '실패한 불량품'이라고 비하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반면, 김 위원장과 달리 이 대표는 "정치인에 대한 비판은 표현의 자유"라고 양 후보를 두둔했다. 그는 전날 경기 하남시 신장시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대통령 욕하는 게 국민의 권리 아니냐'고 했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을 비난했다고 자신을 비난한 정치인들을 비판하거나 비토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 역시 마찬가지다. 저에 대해 온갖 험악한 언행으로 당내 언사가 많지만 제지하면 끝이 있겠는가.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며 "제 욕 많이 하시라. 뭐라고 안 한다. 우리는 막 물어 뜯겨도 된다. 물어 뜯는 것도 재미 아니냐. 안 보는 데서는 임금 욕도 한다"고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전날 오후 '당이 공식 선거운동을 앞두고 가장 큰 위기에 처했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하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김 위원장은 "양문석, 김우영 등 막말과 관련해 논란이 있는 후보들이 있다"며 "다시 한번 검증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도태우, 정우택 후보에 대한 공천을 철회했고, 장예찬 후보까지 공천 철회를 검토하고 있는데, 우리 당이 이런 부분에서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겸손하게 자세를 낮춰야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노무현 재단이사장도 전날 입장문을 내고 "이사장이기에 앞서 노무현의 동지로서 양문석 후보의 노무현에 대한 모욕과 조롱을 묵과할 수 없다"며 "양 후보에 대한 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에 몸담고 국민을 대표하겠다는 정치인이 김대중, 노무현을 부정한다면 이는 당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김대중, 노무현을 욕보이고 조롱한 자를 민주당이 당의 후보로 낸다는 것은 당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양 후보는 오는 18일 노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 전 대통령 유가족과 지지하는 많은 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제가 정치를 시작한 지 이제 8년인데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시절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이라크 파병, 대연정 등에 대한 분노들이 감정조절 없이 터져 나왔던 것이다. 이에 사과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