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전혀 체감 못하는 경기 회복세

실물경제 윤곽 '헤드라인 지표'와 먹을 거리 물가 등 국민 '체감지표' 괴리 커

박종민 기자

기획재정부가 매달 발간하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경기 회복'을 언급했다.

이달 15일 펴낸 3월호에서도 기재부는 최근 우리 경제가 제조업 생산과 수출 중심의 경기 회복 흐름을 이어 가는 것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실물경제 윤곽을 보여주는 '헤드라인' 지표는 정부 평가를 뒷받침한다.

전산업생산(생산)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석 달 연속 전달 대비 증가를 거듭했다.

생산이 석 달 이상 연속해 증가하기는 2022년 1월 이후 24개월 만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회복세가 뚜렷해진 덕분으로 분석됐는데, 지난달 수출은 지난해 2월보다 4.8% 늘어나면서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 연속 증가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63%나 늘었다.

민생 직결 물가 폭등세가 좀처럼 진정 기미 없어

연합뉴스

고용 시장도 양호한 편이라는 게 정부 평가다.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2804만 3천 명으로 지난해 2월보다 32만 9천 명 늘면서 두 달째 30만 명대 증가 폭을 유지했다.

전체 고용률은 61.6%로 1982년 7월 월간 통계작성 이후 2월 기준 가장 높았고, 실업률은 3.2%로 2월 기준으로 역대 2번째로 낮았다.

그러나 국민들은 경기 회복을 전혀 체감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민생과 직결되는 물가 폭등세가 좀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1월 2%대(2.8%)로 축소됐던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다시 3%대(3.1%)로 확대됐다.

특히, 지난달 농산물 가격 상승률은 20.9%로 전달 15.4%보다 5.5%p나 높아졌다. 2011년 1월 24.0% 이후 13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률이다.

수출 중심 경기 회복은 일반 국민에 공허한 얘기

황진환 기자

사과와 배, 귤 등 신선과실 가격 상승률은 지난 1월 28.5%에서 지난달 41.2%로 폭등세를 보였다. 지난달 상승률 41.2%는 1991년 9월 43.9% 이후 무려 32년 5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지난 12일 사과(후지·상품) 10kg당 도매가격은 9만 1700원으로 1년 전 4만1060원 대비 123.3%나 올랐다.

먹을 거리 물가 상승세가 가히 '살인적'인 상황에서는 '제조업 생산과 수출 중심 경기 회복 흐름'이 일반 국민에게 공허할 수밖에 없다.

고용 흐름이 양호하다지만, 청년층 취업자 수와 경제의 허리 격인 40대 취업자 수는 각각 16개월과 20개월 연속 감소를 거듭하고 있다.

정부는 인구 감소 탓이 크다는 입장이지만, 청년층 취업자 10명 가운데 1명은 단순노무직 종사자일 정도로 일자리 질도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정부도 인정할 만큼 내수는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정부는 내수와 민생 부문으로 온기 확산 등 균형 잡힌 회복에 역점을 두겠다는 다짐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경제 부문별 회복 속도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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