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우 재판에 측근 父 증언…재판장 "납득이 안 가, 상식적으로"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지난 15일 거제시장 2차 공판
A씨 증인 신문 선거 관련 "아들 역량 안 돼"
재판장 "별 도움 안 되는 사람 소개 하나?"
박 씨에게 자금 흘러간 구체적 경위
핵심 증거 녹취록 두고 병력 여부 신문
다음 재판 4월 26일 오후 3시 예정

지난 2월 14일 박종우 거제시장이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에서 재판을 받고 법원 앞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이형탁 기자

박종우 경남 거제시장을 돕다 금품 제공으로 유죄를 확정받은 박모(30대)씨의 아버지가 박 시장 항소심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다. 증인 신문에서는 박 씨 아버지의 퇴직금 일부가 박 씨의 범행 자금으로 흘러간 구체적 경위와 박 시장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핵심적 증거인 녹취록을 두고 박 씨의 병력 문제 여부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형사2부(재판장 허양윤, 신성훈, 이병탁)는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매수 및 이해유도죄 등)로 기소된 피고인 박종우 시장의 항소심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틀 전 박 시장 관련 재판인 홍보팀 항소심 공판에서 박 시장 측근 박 씨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된 데 이어 이날은 박 씨의 아버지 A(59)씨에 대한 증인 신문이 이뤄졌다. A씨는 피고인 측이 신청한 증인이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박 씨가 수면제 복용은 2015년부터 했다는데 알고 있었나?"라고 묻자 A씨는 "복용 당시에는 몰랐고 몽유병 걸린 환자처럼 집에서 두 번 정도 지나가는 걸 봤다"며 "또 음주측정에 걸려서 나가보니까 애가 횡설수설해서 (경찰이) 마약인 줄 알고 그러니 약 봉투 들고 경찰에 확인시켜주고 집에 데리고 온 적이 있다"고 답했다. 변호인은 이어 "박 씨가 수면제를 복용할 때 제3자가 있다면 악용할 수 있을 거 같은데?"라고 말하자 A씨는 "충분히 그럴 소지가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는 지난 2022년 1월 A씨의 아들인 박 씨가 전 여자친구였던 서일준 국회의원실 전직 직원 B(30대)씨의 부친이 B씨가 받았다는 200만 원을 돌려줄 당시 수면제 등을 복용하고 있어 정신이 온전치 못했다는 박 씨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녹취록의 증명력을 떨어뜨리려는 변호인 쪽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해당 녹취록은 '박종우 시장이 금품을 제공했으므로 박 시장에게 돈을 돌려줘야한다'는 취지의 박 씨와 B씨 부친과의 전화 통화 내용으로 박 시장이 1심에서 유죄(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를 받은 핵심적 증거였다.

재판부와 검찰은 A씨가 자신의 아들을 박 시장에게 소개한 경위와 자금 출처에 대해 물었다. A씨 진술 가운데 특히 재판장은 아들의 역할을 낮추려는 부분과 돈을 금융권이 아닌 부모와 지인에게 빌린 점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종우 거제시장 측근 박모(사진 왼쪽)씨가 2022년 1월 거제 모처에서 서일준 의원실 전직 직원 부친으로부터 200만 원을 받고 있는 장면. 독자 제공

공판검사는 "A씨는 아들이 박종우에게 소개해줄 그때 선거운동에서 무슨 역할을 해줄 거라고 생각했나"라고 물었다. A씨는 "협력사 말단 직원으로 근무했기에 그 정도 역량이 되지 않는다"며 "SNS 사진 올리고 그런 거 도와달라는 거였다"고 답했다.

재판장은 이와 관련 "A씨는 아들을 종친인 박종우에게 소개해줄 때 어떤 역할을 해줄 거라고 생각을 안 했다고? 그게 이해가 잘 안 간다"며 "선거하는 데 아들 소개해주면서 선거 도움주고자 한 건데 별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을 후보자에게 다이렉트로 소개하는 게 보통 있나. 상식적으로"라는 취지로 말했다. A씨는 이에 대해 "직장을 다니니까 마치는 게 (저녁) 6시고 퇴근하고 나면 SNS는 별 특별한 게 없으니까"라고 답했다.

재판장은 이어 "A씨는 조합장 선거를 하기도 했고 지역에서 거제시장 선거는 굉장히 큰 선거 아닌가"라며 "SNS를 통해 홍보하는 것은 트렌드로 볼 때 굉장히 중요한 업무다. 그런 중요한 업무를 가볍게 이야기하면서 소개했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재차 물었다. A씨는 이에 "더 잘하는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라는 거지, 앉아서 모니터링을 하라는 건 아니었다"라는 취지로 답했다.
 
재판장은 또한 "A씨 아들은 직업도 (불안정하고) 경제적으로 여유도 없는데 유죄로 확정받은 금액 자체가 1300만 원"이라며 "그만큼 경제적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부모님이든 고모(무속인)라고 얘기하는 사람을 통해서 (돈을) 빌려서까지 지급할 만한 상황이나 이유가 있었나?"라고 묻자, A씨는 이에 "전체적으로 보면 시장 선거에 개입돼서 지금도 돈이 됐다(전달됐다)고 생각 안 한다"고 답했다.

A씨 아들 박 씨는 지난해 5월 박 시장 SNS 홍보 등의 대가로 1200만 원을 전 여친인 B씨에게, 100만 원을 B씨의 사촌에게 제공한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검찰과 쌍방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하지만 B씨는 1200만 원이 아니라 200만 원을 받았고 그 돈을 돌려줬다며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해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1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반면 박 시장 본인 재판은 1심에서 박 씨와 공모한 1300만 원 중 300만 원만 B씨에게 전달한 혐의가 인정됐는데, 박 시장은 박 씨와 B씨 모두에게 돈을 교부한 적 없다며 사실오인 등을 이유로 항소해 해당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형탁 기자

재판장은 이어 "어쨌든 A씨 아들은 B씨에게 (금품을) 줬다고 인정하고 항소도 안 했다. 선거에 본인이 1300만 원을 개인 돈으로 빌려서 그것도 부모든 지인이든 통해서 그 돈을 마련하는 게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A씨는 "자기(아들)도 현혹이 됐을 거다. (B씨가) 국회의원 보좌관하고 전화통화도 하지 (그런 걸 봤을 때) 굉장히 착각한 거다. 자기(아들)는 밑바닥 생활하고 그런데 (B씨가) 결혼하게 되면 집 등기도 해주고 이런 말을 하니까, (아들이) 돈을 빌려서라도 투자를 하며 착각한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이어 주심판사(이병탁)는 박 씨의 주장에 따르면 박 씨가 1300만 원을 구한 출처가 어머니와 무속인이고 이중 1천만 원의 최초 출처는 A씨의 퇴직금(4800만원) 일부인데 그 돈이 집에 보관된 경위와 새돈으로 바꾼 이유에 대해 물었다. 판사는 "A씨는 배우자에게 비상금 명목으로 주는 돈을 굳이 헌돈이 섞어 있어 새돈으로 교체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라고 물었다. A씨는 "돈에 대한 애착심이 많다. 퇴직금 받은 건데 새 돈 주는 게 기분 좋으니까 새 걸로 준 것"이라고 답했다.

판사는 이어 "새 돈에 대한 애착과 돈에 대한 관리가 강하다고 했는데 그러면 처음부터 헌돈이 섞여나오는 ATM(현금자동인출기)기기가 아니라 (은행)창구에서 새돈을 출금하는 게 낫지 않나?"라고 묻자 A씨는 "통장을 갖고 다니지 않고 ATM기기는 카드만 있어도 되니까"라고 답했다. A씨는 100~200만 원을 ATM기기에서 수회 인출해서 배우자에게 비상금으로 줄 1천만 원을 만들 때까지 통장 대신에 카드로만 이용했다는 설명이다.

재판장은 증인 신문을 마치며 "우선 이 건의 경우는 논점 자체가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거는 오늘 증인이 배우자에게 1천만 원에서 넘어간 게 아니고 무속인에게 빌렸다는 300만 원이 실제로 지급됐는지 그 과정에서 박종우에게 받은 건지, 아니면 A씨 아들 진술처럼 무속인에게 받은 걸로 (B씨에게) 교부했는지가 판단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또한 "아까 증인 신문 과정에 박 씨가 그 당시 졸피뎀(수면제) 처방 부분에서 실제 복용 사실이 있는지 또는 본인 가용 재산으로 돈을 지급할 수 없었던 부분이 있었는지를 검찰에서 필요하면 증거신청을 하면 채택해서 확인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검찰에 요구했다.

재판부는 마지막으로 피고인 측에서 증인을 11명 대거 신청한 부분에 대해 이미 박 시장 재판뿐 아니라 관련 항소심 재판(B씨등)에서도 증인이 많았던 점, 공직선거법은 1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개월 내로 하는 게 규정돼있어 신속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언급하며 다음 재판에서는 B씨만 증인 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3차 공판은 오는 4월 26일 오후 3시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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