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법(Chips Act)에 근거해 보조금 60억 달러(약 8조 원)를 지원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업계나 학계 등에서는 대체로 선방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의 보조금이 경쟁업체인 TSMC보다 많을 것이라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최근 미 상무부 장관이 "기업들이 원하는 액수의 절반을 얻으면 운이 좋은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 속에서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왔었다.
현지시간으로 15일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가 이미 발표한 텍사스 공장 건설 외에 추가로 미국 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며 "미 상무부가 조만간 삼성전자에 60억달러(약 8조원) 이상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60억달러 보조금은 대만 반도체 기업 TSMC가 지급받을 것으로 알려진 50억 달러보다 많은 것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60억 달러 계산이 어떻게 나온 건지 알 수는 없지만 TSMC와 비교할 때 적당하게 받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 생산시설에 400억달러(53조2000억원) 투자 계획을 세운 만큼, 삼성 역시 추가 투자를 약속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17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에 지급될 것이라고 예고된 보조금 규모를 볼 때, 삼성전자가 당초 발표한 규모 이상 추가 투자를 약속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최대 반도체 수요국이라는 상황을 고려하면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미 본토에 대한 투자 비율을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불확실성 해소 긍정적…SK하이닉스는?
업계나 학계에서는 우선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조금 지급 결정이 계속 지연되면서 불안한 면이 있었고, 미 대선 등 정치적 상황, 미국 기업들 위주로 지급할 것이라는 우려 등으로 불확실성이 누적됐었다. 그 부분이 일단 해소된 건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글로벌 국제 분업구조의 동력이 변화하는 시점인데, 분업구조 재편의 키는 미국이 갖고 있다"며 "반도체 보조금 규모가 예상보다 크게 나온 점 등을 고려할 때 상황이 괜찮다"고 평가했다.
또 자재비, 인건비 증가 등으로 늘어나고 있는 건설비용 부담을 해소하는 데도 보조금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로이터 통신은 삼성전자가 미 텍사스주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공장의 총 건설비는 예상보다 80억달러 이상 늘어난 약 250억달러(약 33조3625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전망이 나오면서 SK하이닉스의 미국 현지 사업 상황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의 경우 현재 미국 내 첨단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아직 부지 선정 단계기 때문에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공장을 짓고 있던 상황이었고, SK하이닉스는 부지 선정부터 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단순 비교 대상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규모나 형태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