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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르포] '3파전' 대전 대덕구 총선 민심은…"정치인 코빼기도 못 봐" (계속) |
총선을 앞두고 대전 대덕구의 민심을 살펴보러 중리전통시장을 찾았다. 손님을 기다리며 상품을 진열하고, 오픈 준비에 여념이 없는 상인들에게 '총선 민심'을 묻자 대뜸 "정치인 코빼기도 못 봤다"며 날 선 반응이 돌아왔다.
"후보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50대 여성은 "후보자가 어디있어요. 만나야 무슨 얘기를 하지"라며 "저는 일하면서 후보들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라고 했다.
60대 박모씨 역시 과일을 정리하면서 "후보자들이 시장에 한 번도 안 온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이들 외에도 이날 취재진이 만난 주민들은 "정치인 본지 오래됐다", "평소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다가 선거철만 되면 갑자기 나타나는 것도 싫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전 대덕구는 대전의 구도심 지역으로 상대적으로 고령층 인구가 많아 보수 정당이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전 산단 주변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입주로 젊은 층이 유입되면서 진보세도 늘어나 접전 지역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최근 치러진 두 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보수와 진보 진영이 승패를 주고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대덕구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 48.28%, 더불어민주당 당시 이재명 후보 47.37%로 접전을 벌였다.
오는 4·10 총선에는 대덕구는 국민의힘 박경호 전 당협위원장과 민주당 친명계인 박정현 최고위원, 새로운미래 박영순 의원간 본선 대진표가 완성됐다.
특히 이곳은 현역인 박영순 의원이 경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해 새로운미래 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진보지지층의 표심이 양분될 수 있어 판세 예측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날 취재진이 들여다 본 민심에서 전직 구청장이었던 박정현 후보와 현 국회의원인 박영순 후보의 인지도는 정치 신인인 국민의힘 박경호 후보보다 다소 높은 편이었다.
대덕구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60대 김모씨는 "박정현이 최고위원이 되면서 박영순에 대한 동정론이 꽤 있더라"면서도 "한 번 파란 당(민주당)에서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빨간 당(국민의힘)에서 하면 좋겠다는 사람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50여 년째 대덕구에 살고 있다는 62세 전모씨는 "대덕구는 일로 왔다 절로 왔다 하는 거 같다"며 "분위기가 바람에 따라 달라져서 중심이 따로 없다"고 평가했다.
검사 출신인 박경호 전 위원장에 대해서는 "저번에 악수하며 얼굴 한 번 봤다"면서도 "여기 토박이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현역인 새로운미래 박영순 의원에 대해서는 "4년 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민주당 박정현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바람이 부는 바람에 구청장이 된 것"이라며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20대 청년은 결혼, 출산 문제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회사원 서모씨는 "청년들이 살기 좋은 대덕이 됐으면 좋겠다"며 "2030세대의 결혼, 출산 문제에도 앞장서주는 국회의원을 바란다"고 말했다.
"어떤 기준으로 후보를 뽑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주민들을 위한 공약을 더 꼼꼼히 잘 설계한 후보를 찍을 생각"이라며 "대덕구 현안인 연축지구 혁신도시 조성이나 신탄진 역세권 개발사업을 잘 추진할 수 있는 후보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경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이곳에서 떡집을 운영 중인 50대 최모씨는 "분위기 자체가 많이 다운된 상태"라며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선 경기가 돌아야 장사가 잘 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옆에 있던 다른 상인도 "경제 좀 살려달라는 거 바라지. 이상한 정치 말고 올바른 정치로"라고 말을 거들었다.
한 상인도 어려운 경기에 장사 걱정이 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람들이 예전에는 한 번 살 때 여러 개씩 사갔는데, 요즘엔 한 개, 한 개씩만 사가요. 지갑을 잘 안 열어. 정치인들이 입으로만 어쩌고 저쩌고 하지말고, 진짜 시민들을 위해 뭘 좀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관심이 없다", "누가 나왔는지 모른다"며 무관심한 반응도 상당했다. 대덕구에서 만난 80대 김모씨는 "지금 나온 후보들을 잘 모른다"며 "그때그때 보면서 판단해서 투표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