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37일째 되는 날에 본 논평에서 제가 이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전쟁이 꼬박 두 해를 넘겼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연관하여 스위스 공영 방송 '에르테에스(RTS)'와 진행한 인터뷰가 지난 10일 공개되면서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교황은 협상을 강조하면서 "상황을 살피고 국민을 생각하며 백기를 들고 협상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즉각 반박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지 시간 10일,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악의 전쟁을 일으켰을 때 모든 우크라인은 방어하려고 일어섰다"며 교회는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교황의 인터뷰를 겨냥했습니다. "살고자 하는 사람과 그들을 파괴하려는 사람을 진실하게 중재하려면 2천500㎞ 떨어진 곳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교황 대사도 초치했습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11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의 항복은 평화가 아니다"라며 교황의 발언을 반박했고 독일과 동유럽의 발칸 국가 등 유럽과 서방 전체에서 교황의 시각을 비판했습니다. 문제가 커지자 교황청 대변인은 인터뷰에서 언급된 "백기"라는 단어가 질문자의 표현을 쓴 것이라고 하면서 교황의 발언이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교황의 위치와 역할은 이중적인 면을 갖고 있습니다. 전 세계 천주교 신앙을 대표하는 종교 지도자와 한 나라의 국가 원수로서 정치인입니다. 이번 발언은 다분히 정치인의 발언입니다.
어떤 사안을 보는 관점은 여러 가지입니다. 경제적, 군사적, 문화적, 인도주의적, 신앙적 관점 등은 저마다 큰 차이가 납니다. 예컨대, 트럼프처럼 미국 우선의 경제적 관점과 미국이 유럽과 세계의 민주 진영을 지킨다는 전통적인 관점의 차이가 그렇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질 대로 길어졌지만, 이 전쟁의 기본적인 성격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서방이 전쟁에서 이겨야 하는 까닭은 분명합니다. 푸틴이 일으킨 이 전쟁은 유엔의 질서를 깨뜨린 국제법 위반입니다. 반인륜적이며 인도주의에 반하는 사태입니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의 가치 그리고 21세기의 민주주의가 여기에 걸려 있습니다.
옛 소련의 영광이 다시 현실이 되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 전쟁에서 푸틴이 성공을 거둔다면 인류가 불행해집니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가진 나라들이 힘을 모으지 않는다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가진 나라들이 다 그렇지만 특히 국력에서 중요한 그런 나라가 이 전쟁에 무관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거기에 해당됩니다. 지혜로우면서도 분명한 입장의 행동이 필요합니다. CBS 논평이었습니다.
[지형은 목사 / 성락성결교회, 한목협 대표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