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스티븐 해링턴 "예술과 브랜드 협업 선 긋지 않아"

작가 겸 디자이너 스티븐 해링턴.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제공
미국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겸 디자이너 스티븐 해링턴(45·미국)의 대규모 개인전 '스티븐 해링턴: 스테이 멜로'(STEVEN HARRINGTON: STAY MELLO)가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개막했다. 판화, 회화, 조각, 드로잉, 영상은 물론 브랜드와 협업한 작품까지 100여 점을 전시한다.

다채로운 색감과 아기자기한 캐릭터. 해링턴 작품 세계의 키워드다. 전시장 곳곳의 회화, 조각, 브랜드 협업 작품에는 '멜로', 야자수를 모티프로 한 '룰루', 음양 기호 등의 캐릭터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 가운데 긴 팔다리에 나비 넥타이를 맨 멜로는 작가의 분신이자 잠재의식을 구현하는 존재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해링턴은 "2015년 드로잉을 많이 할 때 치중했던 인간 형상을 그리는 작업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캐릭터를 창조하고 싶었다"며 "멜로는 연령, 인종, 성별을 초월해 누구나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존재로, 지구상의 많은 문제를 표현하는 도구로서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말했다.

작가의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캐릭터 멜로.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제공
전시장에서는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일상을 되찾는 과정을 담은 회화, 불길이 타오르는 가운데 멜로와 룰루가 바다 속에서 해양동물들과 교류하는 모습으로 환경 문제를 환기하는 회화 등이 눈길을 끈다.

작가는 "너무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삶에서 맞닥뜨리는 문제와 세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이해하기 위해 작업한다. 제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대화하고 함께 의미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복잡다단한 세상사를 화려한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는 "드로잉 작업을 하다 보니 단순화된 만화적 이미지에 익숙해졌고, 활기를 띤 만화적 도상이 관객을 좀 더 유희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일단 관객을 사로잡으면 심각한 주제를 이야기하기가 좀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브랜드와 협업한 작품들.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제공
이번 전시는 디자이너로서 해링턴의 면모를 살필 수 있는 작품들도 모았다. 나이키, 크록스와 협업한 신발, 베이프의 베어브릭 피규어, 이케아의 일상용품, 몰스킨의 노트, 유니클로의 의류, 이니스프리의 화장품 등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상업적 브랜드와 협업하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고 스스로 충만해지는 것을 느낀다. 협업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도 묘미"라며 "예술 작업과 브랜드 협업 사이에 선을 긋지 않는다. 오히려 헙업 작품은 동시대 문화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라고 말했다.

최근 수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는 작가는 한국의 예술에도 관심을 표현했다. "오래된 유물과 동시대 예술을 한 공간에서 보여주는 전시를 보고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한국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팀과 일했던 경험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죠."

작가는 2008년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 위치한 아트센터에 진학해 판화를 전공했다. 2014년부터는 회화 작업에 주력하는 것과 동시에 그래픽 디자인 및 브랜드 전문 회사 '내셔널 포레스트 디자인'을 공동 설립해 디자인 작업을 병행했다.

"'아이 러브 뉴욕'(I ♥ NY) 로고를 탄생시킨 그래픽 디자이너 밀턴 글레이가 롤모델이에요. 글레이의 작품뿐 아니라 사유 방식을 좋아하죠. 저에겐 나침반 같은 존재예요."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제공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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