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가 근로자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화물연대를 처벌하지 말 것 등을 정부에 권고했다. 이는 2022년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맞서 화물연대가 제기했던 진정에 대한 결론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ILO는 13일(현지시각) 제350차 이사회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산하 '결사의 자유 위원회' 권고안을 채택했다. 앞서 민주노총 화물연대는 2022년 12월 19일 "집단운송거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등 정부 대응은 '결사의 자유 협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ILO에 진정했다.
ILO의 권고는 5개항으로 구성됐다. 우선 ILO는 "자영업자 등 모든 근로자가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의 원칙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고, 관련 조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
이어 화물연대 관련 구체적 권고 사항이 담겼다. 정부의 사법처리와 관련해 ILO는 "집단운송거부 참가자들에 대해 단지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 처벌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조합원 명단 제출 요청과 관련해 화물연대 조합원 정보의 절대적 비밀을 보장할 것"을 권고하면서, 공정위의 개입에도 한계를 규정했다. 공정위는 파업 중이던 화물연대에 사업자 명단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아울러 "개별 조합원의 행동에 기인한 공공운수노조-화물연대에 대한 어떠한 제재도 결사의 자유와 불합치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 "조합원들에게 가해진 일부 운송사의 보복조치, 반노조 차별 또는 개입 행위가 재발되지 않도록 적절히 제재할 것"도 권고에 포함됐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이번 권고에서는 우리나라의 ILO 협약 위반을 언급한 내용은 없다"며 "아울러 결사의자유위원회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직접적인 제재도 없다"고 밝혔다.
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노사단체 등이 결사의 자유 협약 위반을 이유로 진정을 제기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고안을 채택한다고 노동부는 설명했다.
정부는 관계부처와 공동으로 권고 내용을 검토해, 사실관계 오류 등에 대해 공식적 답변을 통해 ILO에 반영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또 그동안 결사의 자유 보장 노력과 개선사항 등 정부의 입장을 적극 전달할 예정이다.
이성희 노동부 차관은 15일 "이번 권고는 근로자의 결사의 자유 보장, 업무개시명령 불이행만을 이유로 한 형사처벌 금지 등 일반적이고 원론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며 "그간 정부가 ILO 협약 비준 등 결사의 자유를 두텁게 보장해왔고, 업무개시명령이 불가피하고도 정당한 조치였음을 충분히 설명했는데도 권고문에 고려되지 못한 점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형광 노동부 국제협력담당관은 "정부가 ILO 협약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권고문 내에 '결사의 자유 위원회'를 주어로 협약을 거론하면서 위반(violation)이나 방해하다(interfere) 등을 표기한 문장이 없기 때문"이라며 "권고문이 협약 위반을 명시한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민주노총 측은 "ILO가 공공운수노조 등의 제소 요지에 부합하는 결론을 내렸다"며 "노동부가 ILO 결사위의 판단과 권고를 의도적으로 폄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노동부는 전공의협의회가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ILO에 '개입 또는 의견조회'(Intervention) 요청을 한 데 대해 전날 입장을 재확인했다. 강제노동에 해당하지 않으며, ILO 협약 위반 판단절차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차관은 "전공의들 집단행동으로 국민 생명과 안녕이 심각하게 위협받아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이는 ILO 강제근로 협약 위반 제외대상으로 본다. 이게 정부 공식 입장"이라며 "지금까지 ILO도 강제근로 협약 관련해서는 비슷하게 해석해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