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갈등이 봉합되는가 싶었던 한국 축구 대표팀에 또 다시 악재가 터졌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대표팀 선수와 대한축구협회 직원이 도박을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스포츠동아는 13일 "2023 카타르아시안컵에서 일부 선수들과 축구협회 직원이 대회 직전 전지 훈련 중 새벽까지 카드 도박을 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일부 선수들과 대표팀 지원을 위해 파견된 협회 직원이 지난 1월 2~10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전지 훈련 기간 숙소에서 카드 도박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들은 협회 직원이 한국에서 준비해간 칩을 이용해 개당 1000~5000원에 해당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협회 관계자는 매체를 통해 "협회 직원이 참여해 선수들과 새벽까지 노름을 했고, 판돈도 있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인사도 "(판돈을 건) 카드놀이가 대표팀에서, 그것도 아시안컵을 앞두고 이뤄졌다"면서 "금전적 이득도 봤으니 사행성 노름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협회는 보도 내용을 일부 인정했다. 협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협회에서는 소집 기간이 긴 대회(월드컵, 아시안컵 등)에 참가할 때 선수들이 자유롭게 숙소 내에서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휴게실을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면서 "이번 대회에서도 휴게실에는 카드, 장기, 바둑, 보드 게임, 게임기, 노래방 기기, 윷놀이 등이 비치돼 있었으며 선수들이 필요할 때 찾아 이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규정에 어긋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협회는 "해당 시설은 선수들만 사용할 수 있는데 스태프가 함께 한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지원 스태프가 휴게실에서 선수들과 카드놀이를 진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 결과 사실인 것으로 파악되었고 적절치 않은 행동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협회는 "아시안컵 출정 소집 당시 감독이 전 스태프에 명시적으로 꼭 필요한 때가 아니면 선수들과 접촉을 최소화하고, 선수들이 최대한 대회에 집중할 수 있게 하라는 내용의 내부 지침을 전달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해당 직원은 대표팀 내부 지침을 위반하는 등 팀장으로서 부적절한 업무 운영이 있어 내부에서 문제가 제기됐고,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고 전했다.
다만 도박성 행위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선수단이 판돈을 걸고 도박성의 내기 카드놀이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선수단이 훈련장에서 골대 맞추기 내기 등을 한다거나 휴게실에서 보드 게임 등을 할 때 음료 내기 등을 위해 돈 계산을 하는 등 소액의 내기가 이뤄지는 경우가 다수 있다"면서 "도박성 행위와는 엄연히 다른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향후 징계가 이뤄질 전망이다. 협회는 "지난달 20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해당 직원을 직위 해제하고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당사자와 주변 직원 등을 대상으로 자세한 조사를 진행했다"면서 "이 결과를 토대로 추후 인사위원회를 열어 해당자에 대한 징계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표팀은 아시안컵에서 여러 고비를 넘기며 4강에 진출했지만 요르단과 준결승전에서 완패를 당했다. 64년 만의 우승이 무산된 가운데 손흥민과 이강인이 4강전 전날 거친 몸싸움을 한 것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안겼다.
협회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하고, 이강인이 손흥민을 찾아가 사과하면서 갈등이 봉합되는 듯했다. A 대표팀도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임시로 지휘봉을 잡으면서 손흥민, 이강인을 발탁해 위기를 정면 돌파할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도박 의혹이 불거지면서 또 한번 대표팀이 흔들릴 상황이 발생했다. 과연 한국 축구가 연이은 악재를 극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