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시즌부터 온라인 환경에서 프로야구를 유료로 독점 중계할 온라인 OTT '티빙(TVING)'의 야구 중계 퀄리티가 이전보다 나아질까. 당장 14일부터 재개되는 프로야구 시범 경기부터 해결, 개선돼야 할 부분이 쌓이고 쌓였다.
프로야구 시범 경기가 지난 13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14일부터 재개된다. 올해 시범 경기는 지난 9일부터 시작돼 19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23일부터는 팬들이 기다리는 정규 리그에 돌입한다.
2024시즌 프로야구에는 종전과는 다른 다수의 큰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티빙의 온라인 유료 독점 중계'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4일 "CJ ENM과 2024~2026년 KBO 리그 유무선 중계방송권 계약을 체결했다"며 "2024년부터 3년간 국내 대표 OTT 서비스인 티빙(TVING)을 통해 유무선 중계방송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3년간 총 1350억 원(연 450억 원) 규모의 계약이다. 이는 국내 프로 스포츠 역사상 최대 규모의 유무선 중계권 금액이다. 특히 티빙은 2024~2026 KBO 리그 전 경기 국내 유무선 중계 방송 권리와 동시에 중계 방송권을 재판매 할 수 있는 권리도 독점적으로 가지게 됐다.
이로써 팬들은 올 시즌부터 온라인 환경에서 무료로 프로야구를 즐길 수 없다. 최소 월 5500원인 '티빙 광고형 스탠더드 요금제'에 가입된 회원들에게만 KBO 리그를 시청할 자격이 주어진다.
'돈을 내고 야구를 봐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 그렇다면 팬들은 금액을 지불한 만큼 더 높은 질의 야구 중계를 누렸을까.
'3루수 득점' '희생 플레이' '꼴데' '칩성'…야구팬들 '부글부글'
일단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4일간 티빙의 시범 경기 중계는 기대 훨씬 이하인 수준이었다. 야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한 초보적인 실수가 거듭됐고, 심지어는 일부 구단을 비하하는 용어까지 공식 유튜브 계정에 적으며 팬들의 원성을 샀다.
경기가 끝난 뒤 제공되는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문제가 끊이질 않았다. 주자가 베이스에 안착하는 상황을 '세이프(SAFE)'가 아닌 'SAVE'로 표기했고 '홈인'을 '홈런', '3루 주자 득점'을 '3루수 득점', '희생 플라이'를 '희생 플레이'로 적는 등 이해하기 힘든 초보적인 실수가 거듭됐다.
선수와 구단 이름도 틀렸다.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전준우(38)의 이름을 '전근우'로 표기하는가 하면, '삼성 라이온즈'를 '삼성 라이언즈'로 쓰며 팬들의 공분을 샀다. 두산 베어스의 경기 영상 썸네일엔 한화 이글스의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25)의 얼굴이 나왔고, 한화 채은성(34)의 타석 당시 이름 앞에 타순(5번 타자) 대신 등번호(22번)를 붙이며 '22번 타자 채은성'이라는 어색한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다.
게다가 팬들 사이에선 굉장히 예민한 문제인 '구단 비하 용어'도 사용돼 또 다른 논란의 대상이 됐다. 티빙은 지난 11일 LG 트윈스와 삼성의 시범 경기 이후 하이라이트 영상을 유튜브 계정에 올리며 롯데를 비하하는 단어 '꼴데(꼴찌+롯데)', 삼성을 비하하는 단어 '칩성(칩+삼성)' 등을 해시 태그했다.
KBO 리그의 메인 후원사인 신한은행의 이름을 모자이크 처리한 일도 발생했다. 이에 일각에선 메인 후원사를 존중하지 않은 태도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밖에도 티빙의 서비스에선 구단의 2차 가공권 침해, 문자 중계 오류 등도 이어지며 '무료보다 못한 유료 서비스'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티빙 "야구 전문성 높이겠다"…곧장 달라질까
14일부터 재개되는 시범 경기부턴 이와 같은 황당한 실수가 있어선 안 된다. 티빙 측은 앞선 논란들에 대한 사과와 함께 즉각 개선 가능한 부분에 대한 대응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티빙은 시범 경기의 휴식일 바로 전날인 12일 서울 상암동 CJ ENM 센터에서 'TVING K-볼 서비스 설명회'를 열고 최근 일고 있는 논란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고칠 수 있는 부분은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티빙 최주희 대표는 "주말 사이 커뮤니티에 올라온 팬들의 글들을 확인했고, 기사들을 모니터링하면서 미흡한 점이 있었던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책임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주말 내내 실시간 대응을 통해 바로 해결 가능한 부분은 조치하고 개선 방향을 찾아가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최 대표는 팬들의 큰 원성을 자아내게 한 초보적인 실수에 대해선 "개선해야 한다고 느낀다"며 "이번에 벌어진 여러 실수들에 대해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야구의 전문성을 높이고 검수와 프로세스를 강화하겠다"고 해결책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 "KBO 리그 중계를 위해선 굉장히 많은 파트너들과 합이 맞아야 가능하다"며 "하지만 합을 맞추는 프로세스가 미진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합을 맞추고 효율화해나가는 과정을 진행 중"이라고도 첨언했다.
탈바꿈하는 KBO 리그…야구 중계에도 영향?
시범 경기는 리그 개막 전, 경기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다양한 포인트를 체크할 수 있는 시험대다. 이 기간에 한 시즌 리그 운영을 위해 보완할 점을 찾아내고 발전해 나가야 한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는 경기 내적으로도 큰 변화가 있다. 전 세계 최초로 트래킹 시스템과 컴퓨터 프로그램이 볼 판정을 하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이 도입되고, 투수의 투구 간격 시간을 제한하는 '피치 클락' 제도도 전반기부터 시범 운영된다.
이 밖에도 1~3루의 베이스 크기의 확대, 수비 시프트 제한 규정 등이 새로 생겼다. 야구 중계 역시 이전과 같아서는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최 대표는 "KBO는 큰 가치가 있는 콘텐츠"라며 "혁신을 통해 더 좋은 서비스를 팬들에게 돌려드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메이저 리그(MLB)에서만 보던 중계'라는 얘기 나올 수 있을 정도로 투자하겠다"며 '차별적인 중계'를 위한 투자도 다짐했다.
4일 동안 숱한 논란을 낳으며 '야구 문외한' 비판에 직면한 티빙. 14일 재개되는 시범 경기 이후부터는 이전보다 개선된 야구 서비스를 제공할지 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