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당사 출근 등 당 관련 공식 일정 없이 하루 간의 휴지기를 가졌다. 한 위원장이 재검토를 요구한 도태우 변호사 공천 문제에 대해 전날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유지' 결정을 내린 뒤 후속 해법에 관한 고민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당 비대위 회의가 비공개 화상회의로 열리는 것 또한 이같은 고민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당일 한 비대위원장은 부산 일정이 잡혀 있다. 현장에서 일문일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자신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한 첫 반응이 주목된다.
한 위원장의 빈자리는 전날 도 변호사의 대구 중‧남 공천 유지와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후속 대응이 과제로 남겨졌기 때문에 각종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알려진 도 변호사는 과거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의 게시물을 SNS에 공유한 등의 행적이 부각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한 위원장은 지난 11일 공관위에 '국민 눈높이'를 언급하며 도 변호사 공천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했다. 앞서 지난 8일 변호사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5·18에 대한 생각은 제가 취임 이후 1월 광주 5·18 묘역에서 했던 말 그대로"라며 즉답을 피했다가, 비대위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입장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튿날인 12일 회의 끝에 도 변호사를 공천하기로 한 원래 결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비판 여론에 대한 부담이 한 비대위원장에게 향하는 구조다. 비판 여론은 수도권, 중도층으로 확장을 노려온 한 비대위원장의 최근 행보와 국민의힘 '콘크리트' 핵심 지지층 간 충돌의 일면으로도 평가된다.
전직 당 지도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평상시 '중도 민심'을 위협할 만한 사안에 단호하게 대응해 온 한 비대위원장의 행보와 결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통 보수 지지자들을 의식한 당내 압박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도 변호사가 SNS에 올린 '2차 사과문'에 오히려 이 논란 자체를 비판하는 댓글들이 다수 달려있는 건 상징적인 사례"라며 "수도권, 중도 민심으로의 확장에 제동이 걸리는 건데, 이런 식으로 대처해서 어떻게 총선을 이기겠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5‧18 문제에 대한 반발은 오히려 소수 의견이고, 도 변호사가 그간 변호해 온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부채감 섞인 향수가 좀 더 결정적이었다"며 '집토끼' 표심을 강조하는 의견도 제기된다.
결국 한 비대위원장 입장에선 강성 지지층과 중도 민심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난관에 봉착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부산‧경남 현장 일정이 주목된다. 당 일각에선 "한 비대위원장이 현장 일정에서 (도태우 공천 유지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언급을 피할 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