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에 재역전 당하면서 '한동훈 한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월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기대 심리와 민주당의 공천 잡음이 맞물렸다. 민주당 내부 공천 갈등에 전통 지지층이 등을 돌리면서 상대적으로 보수층의 여론이 과표집된 측면이 작용했다.
그런데 민주당의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야권 지지층이 결집했고, 때마침 조국혁신당이 등장하면서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여기에 민주당과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키며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다시 위기가 발생한 셈이다.
하지만 여야 간 변화된 지형에 한 위원장이 긴급한 대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치 신인인 한 위원장의 위기 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문제는 이런 와중에 도태우 후보의 '5·18 폄훼 논란'이 일어났고, 여론이 악화되자 한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공관위에 '재검토'를 요청했음에도 공천 결과를 뒤집지 못했다는 점이다. '리더십 위기'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여기에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의 호주 출국 등 악재가 쌓이고 있음에도 한 위원장은 정부에 쓴소리 한 마디 못하는 등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악재가 겹치고 있는 상황임에도 한 위원장이 지역 유세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천 끝나고 지지율 '도로 하락'인데…與 '전략 부재'
12일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7~8일 전국 18세 이상 10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41.9%, 더불어민주당은 43.1%로 조사됐다. 직전 조사 대비 국민의힘은 4.8%p 하락했고, 민주당은 4.0%p 상승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3.9%)
앞서 리얼미터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큰 폭으로 앞서다가 1월부터 폭이 줄더니 2월 말 조사에서 뒤집힌 바 있다. 당시 발표된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여 여권 안팎에서는 '한동훈 효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양당의 공천 작업이 마무리 된 시점인 지난주 진행된 조사에서는 다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오차범위 내에서 뒤집는 등 큰 폭의 변동을 보였다. 이를 두고 '친명횡재 비명횡사'로 요약되는 민주당의 공천 잡음이 1~2월 여론조사에 지나치게 반영됐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공천 과정에서 민주당 내 친문, 친명, 비명 등 계파 갈등이 폭발하자 전통 지지층이 지지를 철회하거나 관망하는 기류였던 것에 반해, 보수층에서는 '조용한 공천'으로 지지층이 결집해 상대적으로 과표집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컷오프된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잔류' 결정을 하는 등 갈등이 봉합되는 모양새를 보여주면서 공천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고, 때마침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야권 지지층이 결집하기 시작한 점이 지지율 역전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가 조국 대표와의 연대를 밝히는 등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전략도 유효했다는 해석이다.
이 같은 기류는 한겨레가 여론조사 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서울·인천·경기에 거주하는 성인 1008명을 상대로 비례대표 투표 정당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조사 결과 국민의미래 31%, 더민주연합 19%, 조국혁신당 19% 등으로 나타났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0.3%)
범야권인 더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을 단순 합하면 38%로 국민의미래보다 오차범위 밖으로 높게 나타난 셈이다. 유튜버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업체 '꽃'에서 조사한 서울 판세 역시 민주당이 압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권에서는 이에 맞서는 전략이 부재한 상황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출근길에서 지지율 하락과 관련한 질문에 "하나하나 언급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여론조사도 다양하다"고 축소해석했다.
또 이에 대비한 당의 전략에 대해선 "전략은 단순하다. 국민에게 절실하게 다가가고 원하는 정치를 내놓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준비해왔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기존에 해오던 전국 순회 지역 유세 외에 별다른 전략이 없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도태우 '재공천' 요청했지만 관철 못해…흔들리는 리더십
더군다나 여당에는 '공천 후폭풍'이 뒤늦게 불고 있는 모양새다. 텃밭인 대구 중·남구에서 현역인 임병헌 의원이 경선에서 탈락하고 공천을 받은 '친박계'(친박근혜계) 인사 도태우 변호사가 과거 5·18 광주민주화운동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등 폄훼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특히 논란 초기에 정영환 공관위원장이 "우리는 다양성을 중시하는 당이다. 특별히 문제없다"고 대응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마치 당에서 도 변호사의 '5·18 폄훼' 발언을 수용하는 듯한 모양새로 비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 위원장은 관련 질의에 즉답을 피하면서 사태를 관망하다가 여론이 악화하자 뒤늦게 공관위에 '공천 재검토'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공관위가 만장일치로 '공천 유지' 결정을 내리면서 한 위원장의 리더십에 큰 상처가 나게 됐다.
더군다나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이 호주 대사로 임명돼 출국하면서 악재가 겹치는 상황이다. 해당 사건은 여권의 주요 지지층으로 부상한 2030 남성과 핵심 공략 대상인 중도층에 민감한 주제일 수밖에 없음에도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지난 8일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한 것이 적절한지 묻는 질문에 "인사에 대해 제가 평가할 문제는 아니다"고 답했다. 12일 출근길에서도 "수사기관이 출금 해제에 대해 입장을 냈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사안을 모르니까 말씀드릴 부분은 아니다"며 "당 대표 입장에서 설명하기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부가 이미 밝힌 입장을 반복할 뿐, 적극 옹호하지도 비판하지도 못하고 있다. 초기 한 위원장이 여당 대표로 등판할 때만 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이 원활한 '당정 소통'으로 이어져 정부에 쓴소리를 하는 등 민심 통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높았지만, 이에 부응하지 못하는 셈이다.
반면 한 위원장은 이날 격전지 중 한 곳인 서울 영등포·양천구를 찾아 지원 유세에 나섰다. 전날 경기 고양에 이어 전국 유세를 계속 진행하는 상황이다. 지난주에는 충남 천안과 충북 청주, 경기 수원·성남·용인 등을 방문한 바 있다. 부산과 경남, 경기 평택 등 지역 방문도 앞두고 있다.
이를 두고 한 위원장이 위기 상황에도 별다른 해결책은 내놓지 않고 전국 순회 유세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편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