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연이어 민생토론회를 벌이면서 선심성 약속을 남발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등 지역 산림 개발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환경단체는 "환경은 물론 지역 경제도 파괴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11일 강원특별자치도청에서 열린 19번째 민생토론회 모두발언에서 "앞으로 지역주민이 원하는 곳에 케이블카를 추가로 더 건설하겠다"며 "아울러 강원도 산림자원이 관광산업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풀겠다"고 했다.
이 주장의 근거로 윤 대통령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성공 사례로 꼽았다. 윤 대통령은 "40년 숙원이었던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가 작년 착공돼 산악 관광에 날개를 달게 됐다"며 "2026년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더 많은 관광객이 오게 되고 1300억 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지역 경제에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환경을 파괴하고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며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아왔다. 시민들의 비판에 진척되지 않던 사업이 윤석열 정부 들어 갑자기 속도를 냈다.
2019년 9월까지도 환경영향평가에 동의하지 않았던 환경부는 지난해 2월에는 '조건부 동의 의견'을 냈다. 그해 11월 착공식이 열리면서 1982년부터 40년 넘게 환경훼손 우려 등으로 추진과 무산을 오가며 논란에 휩싸였던 케이블카 설치 작업이 강행됐다.
특히 윤 대통령은 환경 규제를 풀어 이같은 개발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산림청이 뽑은 100대 명산 중에 무려 24개가 강원도에 소재하고 있다. 그런데 국유림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이용이 쉽지 않다"며 "강원도가 지정하는 산림 이용 진흥지구에 포함된 국유림에도 산림관광열차, 야영장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환경단체들은 총선을 겨냥한 '환경 파괴' 발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관계자는 "설악산을 시작으로 산업관광을 활성화해서 산악 지역이나 국립공원을 파괴하려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선 대통령 발언 중에 '케이블카 착공을 시작했다'고 했는데 지금 건설사도 입찰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금 총선을 앞두로 (선심성) 발언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개발 사업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오히려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오색케이블카의 총사업비는 1172억 원에 달한다. 2014년 처음 수립한 계획의 총사업비는 460억 원, 케이블카 사업이 고시된 2015년에는 587억 원이었다. 8년이 지나 총사업비가 2배 이상 늘었다. 여기에는 국비는 0원, 도비 200억 원, 군비 972억 원이 투입된다.
사단법인 녹색교통운동은 "2022년 기준 전국에 설치된 관광용 케이블카는 총 41대"라며 "대부분의 케이블카들은 만성 적자를 면치 못한다"고 했다.
실제 통영관광개발공사가 운영하는 통영 케이블카는 2020년 코로나19를 이후로 이용객이 줄어들면서 적자를 기록하고있다. 경남 사천 바다 케이블카도 개통한 2018년에는 흑자를 냈지만, 이후 이용객이 줄면서 2020년에는 40억 원 손실을 봤다. 이같은 적자로 최근에는 요금을 3천 원 인상하기도 했다.
녹색교통운동은 "(2023년 기준) 최근 5년 사이 17대의 케이블카가 우후죽순 설치되었지만, 최근에 개장한 시설의 경우 초기 1년 동안 발생하는 반짝 경제특수없이 바로 적자를 기록했다"며 "전국에 마구잡이로 설치된 케이블카는 경쟁력 없는 관광자원으로 전락한 데다, 지역경제 활성화는 커녕 재정 부담만 키우고 있는 것이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