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난관 속에서도 오랜 꿈이었던 '가수'를 그만둘 수 없었다. 노래하는 게 좋아서 버텼고, 여전히 기다려 주는 팬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컴백을 준비했다. 알 만한 사람은 안다는 '눈물 고이면'을 부른 락카펠라 그룹 투로맨스(To Romance)는 바로 그 곡을 리마스터링해 지난해 말 컴백했다. 올해는 '진달래꽃'이란 신곡도 냈다.
CBS노컷뉴스는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투로맨스(김병수·보이킴)를 만났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대폭 줄여주고 투로맨스를 새로 알게 되는 이들의 유입에 도움을 주는 '온라인 공연'은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이지만, 이들은 노래를 들어줄 관객과 같은 장소에서 호흡하고 공감하는 '오프라인 공연'을 목표로 한다. 이날 인터뷰에서 투로맨스는 '히트곡 탄생'의 중요성과 '단독 공연'을 향한 열망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낸 '눈물 고이면'은 2007년에 처음 나왔다. 투로맨스의 공식 활동이 마무리된 것은 2009년. 컴백으로만 치면 14년 만이었고, 올해 나온 신곡 '진달래꽃'을 기준으로 하면 15년 만의 컴백이다. 가장 큰 변화는 2인조로의 변화다. 보이킴(이상곤)과 김병수가 뭉쳐 이제는 '듀오'가 됐다. 컴백의 결정적 계기는 팬들이다. 기존 투로맨스 영상을 보고 여전히 기다리고 그리워하는 팬들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었다.
투로맨스의 활동이 멈추고, 해체 수순을 밟아갈 때 두 사람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김병수는 "잠정 해체 기간에 김밥 장사도 하고 그랬다, 먹고 살려고"라고 말했다. 보컬 레슨을 하면서 번 돈과 그간 모아둔 돈을 털어 시작한 김밥 장사는 잘되지 않았다. 대표가 도박을 해서 당시 들인 돈 4천만 원이 "공중에 흩어졌다." '히든싱어' 등 간간이 들어오는 방송과, CCM 팝페라 팀 '트리니티' 활동으로 돈을 벌었다.
두 사람 모두 꾸준히 음악과 공연을 했지만 투로맨스에 대한 그리움을 지울 수는 없었다. 김병수는 "이것저것 활동해 봤는데 그때도 투로맨스로 활동한 시간과 향수가 남아있었다"라며 "경제적으로는 음악의 끈을 놓지 않고 계속해 보려고 했다. 팀이든, 개인적인 것이든 마땅치 않았지만 투로맨스는 기다려주시는 팬분들이 있다는 걸 알았고, (보이킴과도) 연락이 돼서 뭉치게 됐다"라고 말했다. 보이킴 역시 "투로맨스 음악이 그리웠다"라며 "팬들이 이렇게 기다려 준 그룹이 거의 없었다"라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어린 시절부터 노래 실력만큼은 어디 가서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들은 두 사람. 그 실력 덕에 다른 이들에게 보컬 레슨을 할 수 있었다. 정말 하고 싶었던 가수가 아니라, 가수의 조력자로 존재하는 시간이 힘들지는 않았을까.
김병수는 "보컬 트레이닝을 하면서 오히려 제가 공부를 한다는 생각이었다"라며 "사실 보컬 레슨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진짜로 필요한 사람들, 노래에 관해 열정과 열의가 있는 분들, 아주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인 분들을 대상으로 레슨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수입이 생기고 돈도 벌지만, 배우는 분들을 위해 이걸 하면서 저도 다시 공부할 수 있었다. 저를 보고 와주시는 분들 덕분에 평소 쓰지 않던 고음을 트레이닝하거나 자기 발전의 시간으로 삼을 수 있었다"라고 부연했다.
"너무 많은 학생"을 만났고,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보탬이 되고 싶어서" 애쓴 시간. 정작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했다. 보이킴은 "감사하게도 제가 배운 것도 많지만, (보컬 트레이닝) 외에 기타 연주, 편곡, 뮤지컬 등 다른 분야를 더 미친 듯이 배웠더라면 충전되는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발매한 신곡 '진달래꽃'은 어쿠스틱 사운드를 바탕으로 한 클래시컬한 록 발라드다. 남성미가 느껴지는 두 사람의 보컬이 돋보인다. 투로맨스의 오랜 음악적 멘토인 엑스트라 심포니(김동현)의 프로듀싱으로 부드러움과 강렬함을 모두 잡은 '락카펠라' 스타일로 완성됐다.
이 곡은 이미 2018년에 쓰였다. 보이킴은 "2018년에 투로맨스 활동을 할까 논의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형(김병수)이 써 놓은 건데, 사정이 생겨 무산됐다"라며 "기존 투로맨스의 스타일을 그대로 살려서 이번 컴백곡으로 나오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락카펠라 그룹'답게 록의 향취가 묻어난다. 김병수는 "저희를 기억해 주셨던 분들에게 저희는 '락카펠라 그룹'이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걸 록적인 요소로 시원하게 풀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았다"라며 "이젠 풋풋한 락카펠라 감성이 아니라 저희만의 농익은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기대했다.
김병수 역시 "음악은 시대를 반영하지 않나. 저도 요즘 곡을 쓰면서 느낀다"라며 "지금은 음악이 몇백 개씩 나오니까 신규 앨범 경쟁이 치열하다. 어떤 스타일이 유행하면, 찍어낸 것처럼 레퍼런스를 가져온 노래가 쏟아진다. 저희 투로맨스는 그런 게 없다. 올드(old)하다는 말을 들을지언정 (저희만의 색을) 고수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꿈을 간직하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도, 어떻게 노래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투로맨스가 '노래'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어머니가 임신했을 때 조용필, 한영애 등 LP를 들으며 태교를 한 덕인지, 어릴 때부터 동요 대회도 나가고 한때 피아니스트 되기를 소망했던 김병수는 고등학생 때부터 유명인사였다.
인터넷을 통해 아마추어 가수로 주목받았고 당시 팬 카페 가입자 수가 1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인기였다. 인기를 경험하고 나니 '가수를 해서 꼭 성공하고 싶다'는 바람이 선명해졌다. 그러나 금세 불운이 찾아왔다. 캐스팅 등을 미끼로 접근한 이들에게 사기를 당했다. 영등포 지하실에서 "아무것도 못 하고" 지내는 날이 3년 반 동안 이어졌다.
"그때 당한 상처가 너무 컸다"라면서도 "가수의 꿈을 계속 갖고 갔다"라는 김병수는 "저는 늦었다고 생각하는 건 없다. 음악을 포기하겠다는 생각은 안 해 봤고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식상한 말일 수도 있는데 저는 '음악이 주는 힘'이 진짜 크다고 본다. 그 가수의 그 음악만이 주는 힘이 있고, 저희 투로맨스가 하는 음악의 힘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우여곡절 끝에 듀오로 돌아온 두 사람.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으니, 김병수는 보이킴은 "곡도 너무 잘 쓰고" "생각이 트인" 파트너로 소개했다. 김병수는 "곡을 낼 때도 불안하지 않고, '얘를 믿고 이렇게 하면 더 좋은 곡이 나올 수 있겠다' 하는 믿음이 있다. 그만큼 기대가 되는 동생이고, 이런 마음이 항상 있었는데 (그간) 얘기를 못 했다"라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보이킴은 "제가 투로맨스 처음 합류했을 때부터 김병수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 점이 되게 자랑스러웠다"라며 "이 형은 워낙 탁월한 '플레이어'라고 생각했다. 이 형이 가진 예술적인 끼를 저는 옆에서 같이 응원해 주고 싶다. 아직 빛을 못 봤다고 생각한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마지막으로 2024년 한 해를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물었다. 김병수는 "꼭 콘서트를 하고 싶다. 여유가 되는 대로 많이 하고 싶다. 저희만의 히트곡이 나와서 지금보다 더 여러 연령층이 투로맨스 곡을 들었으면 좋겠다. 저희를 좋아해 주는 주요 팬층인 30~40대는 물론, 10~20대와 50~60대까지 오셔서 콘서트 할 수 있는 그룹이 됐으면 좋겠다. 그게 제일 큰 목표라고 답했다.
또한 "투로맨스 활동을 하며 음악적으로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그러려면 히트곡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저희는 록 발라드만 하는 그룹이 아니고 많은 음악성이 잠재돼 있기 때문에, 방송에도 나가서 많은 연령층을 사로잡고 싶다"라고 전했다. 나가보고 싶은 방송으로는 '이효리의 레드카펫'을 꼽았다.
그러자 보이킴은 "뭔가 기회가 돼서 방송을 하게 되지 않을까. 형과 저는 개성이 있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2인조로 재편했으니까 음원과 공연으로 자리 잡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