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SG 랜더스 '에이스' 김광현(36)이 자신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새 사령탑 이숭용 감독에게 시범 경기 첫 승리를 선물했다. 개막전 선발 마운드에 오르겠다는 의지도 확실하게 내비쳤다.
김광현은 11일 경기도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시범 경기에 '깜짝 등판'했다. 일정대로라면 김광현은 12일 시범 경기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비가 올 것으로 예상돼 출전 일정을 하루 앞당겼다.
예정과 다른 일정이었지만 김광현은 이름값을 확실하게 해냈다. 선발 로에니스 엘리아스(36)에 이어 5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7회까지 3이닝을 던지며 kt 타선을 완벽히 틀어막았다. 2개의 안타를 허용하긴 했지만 위기 없이 무실점을 기록하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총 50개의 공을 던진 김광현은 직구 21구, 슬라이더 12구, 체인지업 12구, 커브 5구로 여러 구종을 섞어 던졌고, 최고 구속은 145km를 찍었다. 김광현의 활약에 힘입어 SSG는 kt를 3 대 0으로 물리치고 올해 시범 경기 첫 승리를 따냈다.
SSG의 개막전 선발 투수는 누가 될까. 경기에 앞서 사령탑 이숭용 감독은 이 질문에 "김광현에게 물어보라"고 말할 정도로 에이스에게 큰 권한을 줬다. 김광현이 개막전 선발 투수로 던지겠다고 하면 마운드에 올리겠다는 뜻이다.
김광현의 의사가 중요해진 상황.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김광현은 개막전 선발 등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광현은 "개막전은 내가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만큼 자신감 있게 던져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김광현은 "요즘은 (전력을) 숨긴다고 해도 다 알게 된다"며 "개막전에 몸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SSG의 개막전 선발 투수는 큰 이변이 없는 한 김광현으로 확정된 셈이다.
몸 상태는 작년보다 낫다고 한다. 김광현은 "한국이 생각보다 날씨가 더 쌀쌀하다"면서도 "작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경기를 치르기 전엔 컨디션 걱정이 많았는데, 올해는 컨디션도 괜찮고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시즌 시작되고 날씨도 풀리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기에 앞서 이숭용 감독은 김광현에 대한 남다른 신뢰를 드러냈다. 단지 김광현에게 개막전 선발 투수 출전 여부만 결정권을 준 것이 아니다. 이 감독은 "모든 권한을 줬다"고 선언했다.
이 감독은 "다 맡겼다"며 "너만 생각하고 훈련해라. 너만 잘하면 우리 팀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귀띔했다. 또 "선발 로테이션은 어떻게 할지, 훈련은 또 어떻게 할지, 투구 수 등 모든 것을 직접 짜게 했다. 그 정도 되는 선수는 맡겨도 된다"고 강한 신뢰를 보였다.
김광현은 이에 대해 "팀을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저한테 좋은 것이면 팀한테도 좋은 것"이라며 "팀에서 나만 생각하고 움직일 수는 없다. 갑자기 공을 던지다 컨디션 안 좋으면 못 던진다 하고 1회에 내려올 순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광현은 "(많은 권한을 받았더라도) 팀에 맞춰서 움직이는 게 첫 번째고, 팀이 필요할 땐 던져야 하는 게 선수가 가져야 할 마인드"라고 덧붙였다. "경기를 위해 몸을 만들 거나 투구할 때 이기적으로 움직일 순 없다"고도 강조했다.
새 시즌 목표는 단연 '우승'이었다. SSG가 시즌 전 예측 순위에서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데 대해서도 틀렸다는 점을 증명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광현은 "SSG가 7~8위 정도의 중하위권일 것이라는 예상을 봤다"며 "18년 동안 시즌 전 예상이 맞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어 "작년에도 충분히 우승할 수 있었는데 내가 못 해서 우승을 못한 것"이라면서 "나만 잘하면 팀도 우승할 수 있다"고 첨언했다.
목표를 위해 생각하는 기록은 '작년보다 5승 더'였다. 김광현은 지난해 정규 시즌 30경기에 선발 출전해 168⅓이닝을 던져 9승 8패를 수확했다. 평균자책점은 3.53을 기록했다. 김광현은 "결국엔 기대치만큼 내가 더 잘 해내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어 "작년에 9승을 했는데 5승은 더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며 시즌 전 목표를 설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