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KFA)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부진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뒤 올림픽 대표팀을 이끄는 황 감독을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3월 A매치 기간에 한정된 임시 체제다.
한국은 오는 21일(홈)과 26일(원정) 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 4차전에 나선다. 황 감독은 이 기간 잠시 본업인 올림픽 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비우고, 명재용 수석코치가 대신 지휘봉을 잡는다.
올림픽 대표팀은 3월 A매치 기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 초청팀으로 참가한다. 파리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U-23 아시안컵을 대비한 평가전 성격이고, 대회 기간은 18일부터 26일까지다.
황 감독은 11일 축구회관에서 3월 A매치 2연전에 소집할 26명의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동시에 올림픽 대표팀 엔트리 23명도 확정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면 한국 축구를 위기에서 구한 영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 마리라도 놓친다면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이어 "그동안 어려울 때는 피해가고, 쉬울 때를 노리면서 축구를 하지 않았다"면서 "지금 머릿 속에는 이 위기를 어떻게 잘 헤쳐나갈지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대표팀 내 갈등 봉합이다. 아시안컵 기간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물리적으로 충돌한 이른바 '탁구 게이트'가 축구계를 발칵 뒤집었기 때문.
최근 이강인은 영국 런던에 있는 손흥민을 직접 찾아가 사과했고, 손흥민이 용서하며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 명단 발표를 앞두고 이강인을 징계 차원에서 소집하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었다.
그럼에도 이강인은 3월 A매치 소집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황 감독은 이강인을 향한 비난 여론에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이어 "이것은 두 선수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코칭 스태프와 지원 스태프 등 모든 구성원의 문제라 생각한다"면서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축구인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이강인을 향한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하지만 황 감독은 "공감하는 부분이지만 결정은 전적으로 감독인 제가 하는 것"이라면서 "이강인을 선발하지 않아도 위기는 넘어가겠지만, 부르지 않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감독은 이번 소집을 통해 갈등의 뿌리를 뽑고자 한다. 그는 "감독의 역할도 있지만 또 다른 역할도 해야 한다"면서 "팀의 문제는 항상 있을 수밖에 없지만 빨리 해결되면 단단해질 수 있다. 운동장에서 생긴 문제는 운동장에서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번 2연전은 속죄한다는 마음으로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선수들 모두 같은 마음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주민규는 2021년과 2023년 K리그1 득점왕에 오르는 등 정상급 스트라이커로 활약했지만 국가대표와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소집에서 황 감독의 부름을 받으며 생애 첫 태극마크의 영예를 안았다.
1990년생인 주민규는 명단 발표일 기준으로 33세 333일의 나이다.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령 첫 국가대표 발탁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2008년 10월 32세 131일의 나이로 처음 발탁된 송정현(당시 전남 드래곤즈)이다.
황 감독은 "축구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지만, 득점력은 다른 영역"이라면서 "최근 3년 동안 K리그에서 50골을 넣은 선수는 전무하다. 더 설명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현역 시절 한국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로 이름을 날린 만큼 주민규의 진가를 알아본 것.
반면 최근 K리그1에서 맹활약 중인 이승우(수원FC)의 대표팀 복귀는 무산됐다. 2019년 6월 이란과 친선 경기 이후 태극마크와 인연이 없었던 이승우는 5년 만의 대표팀 승선을 노렸으나 황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승우는 최근 K리그1에서 2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꾸준히 대표팀의 문을 두드렸다. 최근 두 경기에서도 연속 골을 터뜨리며 태극마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황 감독은 "(이승우를) 경기장에서 직접 확인을 했고, 상암 경기를 보기 전까지 코칭 스태프와 그 자리에서 깊은 논의를 했다"면서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서 결국 선발하지 못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소속팀에서 주축 선수인 배준호와 양현준을 소집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가 아닌 대회의 차출은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소속팀의 허락이 필요하다.
하지만 4월 열릴 U-23 아시안컵 출전 가능성은 미지수다.
황 감독은 "올해 초 튀르키예 전지 훈련을 마친 뒤 유럽 출장을 하면서 해외파 선수들의 구단과 소통했다"면서 "배준호, 양현준, 김지수 등에 대해서는 구단의 허락을 받았지만 팀 사정상 말을 바꿀 수도 있다. 본선 차출 여부에도 변수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리를 비워 걱정이 클 터. 황 감독은 "걱정되는 건 사실이고 부정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코치진과 미리 선발 라인업과 경기 콘셉트를 마련했다. 영상을 통해 경기나 훈련을 확인하고 피드백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 올림픽 예선을 겸한 U-23 아시안컵에는 16팀이 출전하며, 상위 3팀이 올림픽 본선에 진출한다. 4위는 아프리카 예선 4위 팀과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황선홍호는 이 대회에서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린다.
황 감독은 여기에 A 대표팀까지 겸임해 어깨가 무거워졌다. 황 감독이 A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에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면서 한국 축구의 영웅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