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데이'는 상술, 어떻게 생각하세요?[노컷투표]

이미지 생성형 AI 챗봇이 만든 이미지. 마이크로소프트 빙 '이미지크리에이터' 캡처

'매년 양력 2월 14일을 가리키는데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특히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 따위를 선물하는 날'

국립민속박물관이 한국민속을 집대성하기 위해 편찬한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밸런타인데이를 등재했습니다.

'한국세시풍속사전 봄(春)편' 166쪽(2월-양력세시-현대세시)을 보면 "1990년대 이후 청소년들 사이에 매달 14일을 기념일로 정해 선물을 주고받는 포틴데이(fourteen day)가 유행하고 있다. 그 가운데 특히 2월 14일의 밸런타인데이가 가장 중요한 기념일로 꼽히며 3월 14일의 화이트데이(White Day), 4월 14일의 블랙데이(Black Day)도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밸런타인데이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좋든 싫든, 밸런타인데이는 이제 한국에서 어엿한 '세시풍속(歲時風俗)' 중 하나로 자리잡았습니다.

다만 'OO데이' 자체가 상술이라며,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예전부터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1993년 2월 11일 연합뉴스는 '잘못된 밸런타인데이 축제, 어른 상술 때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3세기경 로마에서 순교한 성인 밸런타인을 기리는 서양명절 밸런타인데이를 우리나라 청소년 대다수가 단순히 '초콜릿이나 사탕을 주면서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그릇 인식하는 것은 어른들 특히 상인들의 얄팍한 상술때문이라는 것이 조사결과 나타났다"고 보도했습니다.

2003년 11월 11일 매일경제도 '정체불명 △△데이 판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대부분의 데이는 사실상 어른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예컨대 연인끼리 사랑을 속삭인다는 밸런타인데이는 미국의 유명 초콜릿업체와 캔디업체가 부추기면서 국경을 넘어 세계로 퍼져 나갔다"며 "백화점 관계자는 유래가 불분명한 '데이'를 이용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벌 이는 마케팅이 도덕적으로 건전하지 않은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날 에 맞춰 매출이 부쩍 오르니 회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털어놓았다고 보도했습니다.

거의 매달 나오는 'OO데이' 관련 기사에 달리는 누리꾼들의 의견은 언제나 갈립니다. 누리꾼들은 "부질없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으니 저런 상술이 아직 판을 치는 것", "이 세상에 상술 아닌 게 어디 있나. 당장 전통시장을 가도 '상술 천지'인데 다 알면서도 속는 척 하고 사는 거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니까 비싸도 구매하는 것", "하루이틀도 아니고 기사 써봤자 뭐하나. 어차피 할 사람들은 하고 안 할 사람은 이런 기사 안 써도 안 산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마이니치신문 캡처

이런 가운데 한국처럼 'OO데이'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에서 최근 화이트데이 선물 시장 규모가 급감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지난 5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내 화이트데이 선물 시장 규모는 2014년 이후 10년 만에 3분의 1로 줄었습니다.

특이하게도 일본에는 여성이 밸런타인데이에 연인이 아닌 남성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거나, 화이트데이 답례를 원해 초콜릿 같은 선물을 주는 '기리초코'라는 문화가 있습니다. 밸런타인데이 선물을 받은 남성들은 선물을 준 여성에게 화이트데이 선물을 준비해 답례합니다.

문제는 이런 선물 문화가 일본 직장에서 의무에 가까웠다는 것인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이런 관습은 희미해졌다고 합니다. 2014년 약 730억엔(약 4억9600만 달러)이었던 화이트데이 선물 시장 규모는 해마다 감소해 2021년 약 240억엔(약 1억 6300만 달러)으로 줄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었던 2020년에는 그 규모가 약 295억엔(약 2억100만 달러)으로 전년 대비 40%나 감소했습니다.

실제 일본인들의 인식도 크게 변화했습니다. 일본의 한 커리어 컨설팅 회사가 지난 1월 20~59세 사이 52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가 직장 동료에게 초콜릿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 이유는 주로 금전적 부담 때문이었습니다.

마이니치신문은 "팬데믹 이후 처음 맞는 밸런타인데이지만 직장 동료에게 초콜릿을 주는 사람의 비율은 팬데믹 이전보다 더 낮다"며 "의무로 주고받는 초콜릿은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원하지 않는다는 정서가 보편화된 영향"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품앗이'라며 귀찮아할 수도 있지만, 퍽퍽할 일상에서 선물을 건네도 이상하지 않은 즐거운 날이 될 수도 있는 'OO데이'. 독자 여러분은 'OO데이'를 상술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투표 참여는 노컷뉴스 홈페이지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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