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8시(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셀린 송 감독은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로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지명되며 화제를 낳았지만, 아쉽게도 수상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셀린 송 감독은 역대 아카데미 후보 지명에서 감독 및 작가로서 장편 데뷔작이 작품상과 각본상에 공동으로 후보에 오른 네 번째 감독이자 아시아계 여성 감독으로서는 '첫 번째'라는 점에서 오스카의 새 역사를 썼다.
셀린 송 감독은 1인치의 장벽, 한국인에게는 익숙하지만 외국 관객에게는 낯선 '인연'이라는 단어를 뛰어난 연출력과 감성적인 미장센으로 풀어내며 전 세계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셀린 송 감독이 후보에 오른 작품상은 '오펜하이머', 각본상은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가 각각 수상자로 호명됐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오펜하이머'로 첫 오스카 영광
이번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은 많은 사람이 예측했듯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오펜하이머'였다. '오펜하이머'는 △감독상 △작품상 △남우주연상(킬리언 머피) △남우조연상(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촬영상(호이트 반 호이테마) △편집상(제니퍼 레임) △음악상(루드비히 고란손) 등 주요 부문 7개 트로피를 가져갔다.
특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오펜하이머'를 통해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또한 킬리언 머피는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되면서 아일랜드 출신 '최초'의 기록을 썼다.
'가여운 것들' 엠마 스톤과 '플라워 킬링 문' 릴리 글래드스턴의 경합으로 치열했던 여우주연상의 영예는 엠마 스톤에게 돌아갔다. 엠마 스톤이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메릴 스트립, 조디 포스터 등에 이어 35세 이전 오스카를 2번 수상한 8번째 배우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올해 오스카의 기록 중 하나는 바로 주제가상에서 나왔다. 빌리 아일리시는 '007 노 타임 투 다이'(2021)의 주제가 '노 타임 투 다이'(No Time to Die)에 이어 '바비'의 주제가 '왓 워즈 아이 메이드 포'(What was I made for)로 두 번째 오스카 트로피를 가져갔다.
또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에 이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로 두 번째 오스카 장편 애니메이션상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장편 다큐멘터리상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담은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이 받았다. 므스티슬라프 체르노프 감독은 무대에 올라 "이 상을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거나 공격하지 않은 역사와 맞바꿀 수 있다면 바꾸고 싶다. 이 모든 영광을 맞바꿔서라도 러시아가 우리 국민을 죽이지 않았더라면, 인질들을 모두 풀어주고 감옥에 갇혀 있는 국민과 맞바꿀 수 있다면 바꾸겠다"며 "하지만 나는 역사를, 과거를 바꿀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 모두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역사를 바르게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모 영상 속 고 이선균 등장…라이언 고슬링·존 시나, 오스카 무대 달궈
미국 최대 시상식이자 영화 축제인 만큼 오스카에서는 다양한 의미와 재미를 가진 무대 행사가 펼쳐졌다.
지난 한 해 세상을 떠난 영화인들을 추모하는 '인 메모리엄'(In Memoriam) 영상 시간에는 안드레아 보첼리가 아들인 마테오와 함께 '타임 투 세이 굿바이'(Time to Say Goodbye)를 부르는 가운데 배우 매튜 페리, 일본 작곡가 류이치 사카모토, '기생충'의 주역인 고(故) 이선균의 모습이 등장했다.
배우 라이언 고슬링과 출연진은 '바비'의 주제가이자 주제가상에 오른 '아임 저스트 켄'(I'm Just Ken)의 무대를 라이브로 선보이며 열광적인 환호를 끌어냈다. 또한 존 시나는 1974년 시상식 당시 나체의 남성이 무대에 난입했던 사건을 패러디해 알몸으로 무대에 올라 의상상을 시상해 큰 웃음을 안겼다.
△작품상 = '오펜하이머'
△감독상 = 크리스토퍼 놀런('오펜하이머')
△남우주연상 = 킬리언 머피('오펜하이머')
△여우주연상 = 엠마 스톤('가여운 것들')
△각본상 = '추락의 해부'
△각색상 = '아메리칸 픽션'
△남우조연상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오펜하이머')
△여우조연상 = 더바인 조이 랜돌프('바튼 아카데미')
△촬영상 = '오펜하이머'
△편집상 = '오펜하이머'
△음악상 = '오펜하이머'
△주제가상 = '바비'(왓 워즈 아이 메이드 포)
△음향상 = '존 오브 인터레스트'
△분장상 = '가여운 것들'
△미술상 = '가여운 것들'
△의상상 = '가여운 것들'
△시각효과상 = '고질라 마이너스 원'
△국제장편영화상 = '존 오브 인터레스트'(영국)
△장편애니메이션상 =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단편애니메이션상 = '워 이즈 오버'
△단편영화상 =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장편다큐멘터리상 = '마리우폴에서의 20일'
△단편다큐멘터리상 = '라스트 리페어 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