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다"며 정부 예산 긴축 정책을 펼치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자신의 월급 및 행정부 고위 공무원 월급을 48% 인상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에 휩싸였다.
1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일간지 라나시온, 파히나12, 암비토 등에 따르면 밀레이 대통령은 본인이 지난달 서명한 행정부 고위 공무원 월급 대통령령에 의해 2월 월급 602만 페소(923만원)를 수령했다.
1월 월급 406만 페소(세금포함 624만원)에서 48%나 '셀프 인상'한 액수였다.
이번 셀프 급여 인상은 이번 주 국회의원 월급 30% 인상 소식에 국민들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국회의원 월급 인상에 대해 밀레이 대통령이 크게 화내면서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적절치 않다"며 무효화를 지시한 시점에 불거졌다.
밀레이의 발언에 빅토리아 톨로사 파스 전 사회개발 장관이자 현 하원의원이 개인의 SNS에서 "우리는 국회의원의 월급 인상 무효화 법안과 동시에 행정부 고위급 인사 월급 인상 무효화 법안도 곧 제출할 것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대통령은 지금 절약을 내세우면서 우리에게 거짓말하고 있다"며 저격하면서 대통령이 2월 29일 서명한 대통령령에 의해 본인과 각료들 월급을 48%나 올렸다고 밝혔다.
이에 밀레이 대통령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2007-2015 대통령, 2019-2023 부통령 역임) 전 대통령 집권기인 2010년 서명한 대통령령에 의해 자동으로 인상되는 것으로, 자신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장 해당 대통령령을 폐지하겠다면서 모든 잘못을 크리스티나 전 대통령의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밀레이 대통령이 1월과 2월에 서명한 대통령령이 야당 의원들에 의해 온라인에 공개되자 그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들통났다.
그의 서명 없이는 행정부 고위급 관료 월급은 인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보에 게재된 대통령령에 그의 서명과 니콜라스 포세 수석장관과 산드라 페토벨로 인전자원부 장관 서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관보는 갑자기 정부 온라인 시스템에서 열람할 수 없게 되면서 정부가 고의로 숨긴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일었다.
크리스티나 전 대통령은 "밀레이 대통령은 본인이 서명하는 대통령령은 읽어보지 않느냐"라면서 "대통령이 서명했고 월급을 수령했고 그걸 사람들이 알아버렸다는 걸 인정하라"고 말했다고 암비토가 보도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도 "지난 2020년 팬데믹 상황에서 내가 대통령령 837/2020으로 고위급 관료의 월급은 공무원 월급 자동 인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에 합세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대통령실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및 행정부 고위 관료 월급 인상분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카스타(기득권, 기존 정치인)를 위해 서명한 대통령령을 폐지하면서 무효화 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본인이 서명한 대통령령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읽지 않고 서명한 것인가", "우리보고는 돈이 없다고 교사, 공무원, 의사, 은퇴자들 월급은 거의 올려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월급은 한 번에 48% 인상하면서 발뺌하냐?"라는 일반 네티즌의 의견뿐만 아니라 현 정부를 지지하며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미겔 앙헬 피체토 야당 하원의원까지도 "밀레이 대통령이 자신이 서명한 것이 뭔지 모르면 문제가 있다"고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난했다.
아르헨티나는 극우 자유경제 신봉자인 밀레이 대통령 취임 후 전 정권이 인위적으로 시행하던 가격 억제 정책을 폐기하고 정부 재정 균형화를 위한 강한 긴축 경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격이 정상화되고 있는 과정에서 물가는 폭등하고 있으며 취임 후 3개월간 누적 물가상승률은 65% 수준까지 치솟았고 빈곤율은 57%로 급등했다.
고공행진 하는 물가에 월급 인상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소비가 30%가량 급락하자 국제통화기금(IMF)까지 나서서 은퇴자들과 사회 취약층을 배려해야 한다고 밀레이 정부에게 거듭 충고했다고 현지 일간 라나시온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