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이 1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대표는 이번 주 각각 격전지와 험지를 중심으로 유세전을 펼친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주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전패한 충남 천안과 경기 수원 등을 잇따라 찾았다. 이어 이번 주에는 경기 고양, 낙동강 벨트(부산 북구·경남 김해), 광주·전남 등을 찾는다. 상당수가 민주당 현역 의원이 장악한 지역구를 공략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상대적으로 충남·천안, 대전·세종, PK(부산·울산) 등 총선 승패의 바로미터가 될 경합지를 찾는다. 대장동 의혹 등 공판 일정에 발목 잡힌 이 대표도 지난주부터 경기 양평 등을 찾는 등 뒤늦게 유세전에 뛰어들었다.
두 사람 모두에게 쉽지 않은 유세전이 될 전망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도태우 변호사의 공천에서 촉발된 우편향 논란을 광주에서 정면으로 맞닥뜨린다. 이 대표는 '친문 제노사이드(genocide)'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친명 위주의 공천과 이에 따른 분열된 당심을 유세전을 통해 얼마나 뭉치게 하는 것이 지상 과제다.
5.18 논란 속 광주 찾는 한동훈…낙동강벨트까지 전국 돌아
한 비대위원장은 11일부터 16일까지 경기 고양, 서울 영등포구·양천구, 부산 북구, 경남 김해, 전남 순천, 광주 동·남구, 전북 전주, 경기 평택 등을 방문한다.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만큼 유세전을 수도권 격전지에서 전국 단위로 확대하는 모양새다.지난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힘을 쓰지 못한 지역들로, 특히 낙동강 벨트 유세전에 집중하고 있다. 부산에서 15(미래통합당) 대 3(민주)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둔 것과 달리 낙동강 벨트에서는 대부분 접전 끝에 민주당에 의석을 내줬다. 북·강서갑에서는 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미래통합당 박민식 후보를 상대로 2.01%p 차 신승을 거두기도 했다. 더욱이 김해갑(민홍철 의원), 김해을(김정호 의원)은 각각 5.98%p, 8.06%p 차이로 꽤 여유롭게 이겼을 만큼 낙동강 벨트는 여전히 민주당 부산 정치의 성지라는 것이 재확인된 상태다.
낙동강 벨트를 찾은 이튿날에는 민주당의 정신적 고향인 광주·전남을 찾는다. 당 비대위원이기도 한 박은식 후보가 출마한 광주 동·남구를 중심으로 표심 공략에 나선다. 한 비대위원장은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수록하겠다고 밝히는 등 그동안 보수 정당에서 보여준 행보와 다른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도태우 변호사를 대구에 공천하면서 야당의 거센 비판을 산 상황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 8일 취재진이 도 변호사 공천과 관련한 질문을 하자 중간에 끊으며 "우리 당과 저의 5.18에 대한 생각은, 제가 취임 이후 1월에 광주 5.18 묘역에서 했던 말 그대로"라고 답했다. 적극적인 반박을 하거나 공세를 펴 온 평소 모습과 상반되는 모습인 데다 구체적인 입장을 답하지 않고 피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입으로 두 말 한다"는 민주당 비판에 개혁신당까지 가세한 상황에서 한 비대위원장으로서는 광주 유세에서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5.18 민주화운동'을 부정하는 발언은 중도층 표심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당 안팎에서는 정권 심판론에 대항하는 논리로 운동권 심판을 꺼내들었다가 결국 색깔론으로 회귀하는 행보에 대해 "중도층이 실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조금씩 고개 들고 있다.
한 비대위원장은 10일 입장문에서 운동권심판론에 이어 종북숙주론을 내세웠다. "부패세력들, 종북세력들이 이재명 대표 민주당을 숙주로 대한민국을 장악하는 것을 막겠다"며 "민주당은 이제 '범죄자연대 방탄동맹'으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비례위성용 정당 더불어민주연합에 통합진보당 후신인 진보당 소속이 합류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또 "불공정의 상징인 '조국혁신당'과도 손을 잡았다. 이미 '범죄자연대 방탄동맹'으로 전락했다"고도 저격했다. 조국혁신당이 민주당 진영에서는 큰 파급력을 보이고 있지만 중도층은 여전히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을 노린 발언으로 풀이된다.
법원 가는 날 빼고 격전지 올인하는 이재명
법원 출석과 공천 파동 등으로 적극적인 유세전을 펼치지 못했던 이재명 대표도 지난주부터 조금씩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이번주에는 11일부터 15일까지 충남 홍성과 천안, 대전·세종, 울산·부산을 찾는다. 대장동·위례 개발특혜의혹·성남FC 사건 관련 공판에 출석해야 하는 12일에만 유세를 멈춘다.
친문이나 비명 후보들이 공천에서 줄탈락하는 등 공천 내홍의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고, 의대 정원 이슈에 정부가 상대적으로 여론의 호응을 얻으면서 민주당이 내세운 정권 심판론도 이전 만큼 탄력을 받지 못하는 상태다. 이에 이 대표는 이른바 반(反) 윤석열 정서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이슈들을 유세전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 역시 '총선 31일 전 입장문'을 통해 "이번 총선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대결이 아닌 반국민세력과 국민의 대결"이라며 정권심판론을 한층 부각시켰다. 구체적으로 "윤석열 정권 2년 동안 대한민국은 끝없이 추락했다. 경제는 '폭망', 민생은 파탄, 한반도 평화는 위기, 민주주의는 파괴 지경"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비대위원장과 이 대표 모두 이번 총선에서 상대 진영의 가장 약한 고리를 파고드는 모습이다.
'반윤' 유세의 정점은 천안과 대전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총선에서 천안 2석, 대전 7석과 세종 2석 전석을 가져왔다. 전통적인 경합지라는 대전에서 파란 물결이 일어났던 만큼 이번에도 전석 승리를 하지 못하면 이 대표의 책임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소폭 앞서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이 대표로서는 더욱 부담이다.
충남 천안갑에서는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한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을 겨냥해 채상병 의혹을 집중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신 전 장관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문진석 의원에게 1.42%p 차로 아깝게 패하면서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신 전 차관이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출국금지 대상에 포함돼 있어, 민주당으로서는 이를 활용해 표심을 파고들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또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이 소재한 대전 유성을도 찾아 정부의 R&D 예산 삭감 논란을 언급하는 동시에 민주당 과학인재로 출마한 황정아 후보를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달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R&D 예산 삭감을 항의하던 졸업생이 끌려나가는 등의 사건까지 겹쳐 이 지역 민심은 여당에 더욱 냉랭해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