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라운드. 이날 경기장에는 5만1천670명의 구름 관중이 운집했다.
린가드의 홈 데뷔전이 될 수 있는 만큼 많은 관심을 모은 경기였다. 린가드는 잉글랜드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으로 K리그 역대 최고 경력의 외국인 선수로 꼽힌다.
이날 린가드는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고, 후반전 이후 투입될 계획이었다. 서울 김기동 감독은 경기 전 "린가드를 투입할 계획은 있지만, 후반전 상황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면서 "관중들이 기대를 많이 하고 오셔서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서울은 경기 초반부터 인천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고, 김 감독은 결국 예정보다 빨리 린가드를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린가드는 전반 30분 시게히로와 교체되며 그라운드를 밟게 됐다.
린가드는 홈 데뷔전부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교체 투입과 동시에 감각적인 패스로 공격 기회를 만들며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하지만 후반 37분에는 회심의 슈팅이 허공을 가르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후 후반 추가시간 역습 상황에서는 직접 돌파를 시도했으나, 체력이 고갈된 린가드는 상대 수비와 경합에서 밀리며 고개를 숙였다.
린가드는 광주전에서 후반 30분 교체 투입되며 K리그 데뷔전을 치른 바 있다. 이날 경기에서는 보다 많은 경기 시간을 소화했지만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경기 후 린가드는 "이길 수도 있었고, 질 수도 있었던 경기라 생각한다. 골 찬스를 많이 만들지 못했다"면서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자신감을 더 끌어 올려야 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다음 제주전에서는 반드시 승점 3을 따내야 한다"고 이를 악물었다.
이날 경기력에 대해서는 "감독님께서는 내가 10번 자리에서 뛰길 바라셨다"면서 "인천이 공간을 내주지 않았고, 우리는 측면에서 공간을 잘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분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기에 뛰는 선수들이 빠르게 파악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면서 "선수들이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린가드는 지난해 여름 노팅엄 포리스트와 계약이 만료된 뒤 소속팀 없이 개인 훈련에 매진했다. 약 8개월 가까이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만큼 아직 실전 감각이 부족한 상태다.
이에 현재 컨디션에 대해 묻자 린가드는 "분명 몸을 더 만들어야 한다. 아직 100%라고 말하기 힘든 상황이다"라면서 "굉장히 오랜 기간 90분을 소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쉽지 않고, 후반 막판에는 지친 부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5만 명이 넘는 팬들이 와주셔서 힘을 얻었다. 실제로 힘든 것보다는 덜 피곤하게 느껴졌다"고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후반 추가시간 역습 상황에 대해서는 "패스는 완벽했고, 그 타이밍에 맞춰 준비하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슈팅 직전 볼이 튀어 올랐다. 이 부분은 내가 더 적응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떠올렸다. 이어 "경기의 일부이고, 실수라고 생각한다"면서 "실수가 경기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계속 시도를 해야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K리그에서 뛰며 느낀 점에 대해서는 "2경기 밖에 뛰지 않았지만 피지컬적으로 강하고 경쟁이 치열한 리그라 생각한다"면서 "피지컬적인 부분은 경험했던 부분이라 크게 새롭지는 않지만 문화, 동료 등 모두 달라졌기 때문에 더 적응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전술적으로도 그동안 경험한 것들과 다르기 때문에 더 적응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린가드는 이날 구름 관중이 몰려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굉장히 많은 분들이 와주셨는데, 경기장에 뛰는 선수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면서 "많이 올 수록 좋다. 오늘에 만족하면 안 되고, 더 많은 팬들이 와주시면 더 큰 힘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팬들이 만족할 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하고, 승점 3을 안겨야 한다"면서 "이런 것들이 계속 따르면 많은 분들이 오시지 않을까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팬들의 사랑에 승리로 보답하겠다는 각오다.
이날 경기장 앞에는 린가드의 유니폼을 판매하는 '린가드 존'이 따로 마련됐다. 린가드의 유니폼 수요가 급증해 이례적으로 만든 구역인데, 수많은 팬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유니폼을 구매하기 위해 무려 4시간을 기다린 팬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린가드는 "경기 전 그 사실을 알았지만 4시간 동안 줄을 서신 것은 몰랐다"면서 "첫 날부터 환영받는 느낌을 받았다. 공항에 입국하는 날부터 많이 환영해주셨다. 많은 팬들의 사랑 덕분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큰 사랑과 자신감을 주시는 만큼 하루빨리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