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곳곳에 심어놓은 장재현 감독 특유의 기독교 유머가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잘 웃었다. 잠시나마 호러 초급자가 긴장을 놓을 수 있는 순간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유 기자는 자체 시청각 차단 시스템을 발동했음에도 자주 고비를 마주했다. 영화가 끝난 뒤 물었다. '파묘'를 얼마나 봤냐고 말이다. 유 기자가 대답했다. "눈으론 50% 정도? 소리는 100%" _<호러 초급자 유 기자의 '파묘' 관람에 대한 관찰> 중 발췌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유 기자는 호러 초급자다. 그런 유 기자가 '파묘'의 엔딩이 올라간 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비록 시청각 차단 시스템을 발동했지만, 영화의 완성도나 재미 측면에서 만족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어느 지점에서 눈을 막고, 귀를 막아야 하는지를 기가 막히게 잘 파악한 유 기자는 어떻게 보면 누구보다 '호러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파묘'를 보고 싶지만 두려운 예비 관객들을 위해 친절한 호러 초급자가 알려주는 눈막귀막 캔슬링 포인트를 준비했다. [편집자 주]
부록 1. 친절한 호러 초급자가 알려주는 '눈막귀막' 캔슬링 포인트
유원정 기자> 작은 고비는 다 셀 수 없고, 일단 큰 고비는 전반과 후반을 나눠 두 장면 정도로 압축해 볼 수 있겠다. 일단, 친일파 집안의 장손 박지용(김재철)이 결국 조부를 방치한 끝에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 제삿밥도 못 얻어 먹은 굶주린 조부 혼에 빙의된 박지용이 냉장고를 열고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할 때부터 뭔가 섬뜩한 감이 왔다. 인간의 한계치를 넘다가 꼭 무슨 사단이 나는 법. 당연히 내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인체변형이 무서운 관객들은 여기서 '눈막' 하시면 된다. (참고로 이후 장면들은 모두 내가 보지 못하고 들었다.)
다음 고비는 묘지 아래 마을에서였다. '첩장'이 된 관을 들고 내려와서 마을에서 하룻밤을 묵는 그 순간부터 불길했다. 바로 처리를 해야지, 하루를 넘기면 꼭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공식이 있다. 당시엔 저 관 안에 정말 뭐가 있는지 일말의 예상조차 안 가는 상황이라 더 그랬다. 봉길(이도현)이 잠 자다 가위에 눌려 밖으로 나가보니 스님은 '험한 일'을 당해 쓰러져 있고, 관을 가뒀던 창고에서 '험한 것'은 사라져 있었다. '험한 것'을 찾다가 봉길은 돼지 울음 소리에 이끌려 축사에 도착한다. 벌써 빨간 조명이 심상치 않은 광경을 목도할 것임을 암시한다. '험한 것'의 실체를 맞이하는 순간이자 두 번째 '눈막' 타이밍이다.
최영주 기자> 아, '눈막' 하느라 놓친 거 같은데, 스크린 좌측으로 보일락 말락 흐리흐리한 형태로 귀신이 자주 등장했다. 예비 관객들도 왼쪽을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험한 것이 돼지 축사에 가서 간을 먹는 장면은 어떻게 보면 '이유 있는 먹방'인 거 같다. 보통 굿을 할 때 닭이나 돼지, 소를 희생 제물로 사용하는데, 영화 속 대살굿에서는 인간을 대신할 제물이 돼지다. 험한 것이 돼지 축사를 습격하는 장면을 이렇게도 해석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오행에 의하면 험한 것은 '금'(金), 돼지는 '수'(水)의 기운을 가진 존재인데, '금생수'(金生水)로 상생의 관계다. 이에 험한 것이 태생적으로(?) 돼지에 이끌려 맛있게 먹은 거라고 말이다.
부록 2. 사심 가득 韓日 오컬트 콘텐츠 추천
최영주 기자> '파묘'를 재밌게 본 관객들을 위해 잠시 사심을 담아 오컬트 콘텐츠 몇 개 추천해 보고 가려고 한다. 먼저 장재현 감독도 팬을 자처한 '음양사'다. 만화, 소설, 애니메이션, 영화 등 다양한 버전이 있는데 유메마쿠라 바쿠의 소설 '음양사'와 오카노 레이코의 만화 '음양사'를 추천한다. 일본적인 현대판 기담으로는 이마 이치코의 만화 '백귀야행'도 재밌다. '음양사'는 헤이안 시대를 배경으로, '백귀야행'은 현재를 배경으로 일본의 요괴 문화를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그리고 국내 오컬트의 전설적인 작품인 이우혁 작가의 '퇴마록'도 빼놓을 수 없다. 정말 명작이다. 국내편 2권 '초치검의 비밀' 편을 읽으면, '파묘'의 이야기도 더욱더 재밌게 다가올 것 같다. 그리고 요즘 작품으로는 구아진 작가의 네이버 수요 웹툰 '미래의 골동품 가게'를 강력 추천한다. 이거 누가 시리즈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한국 무속 등에 관해 엄청난 지식은 물론 개그까지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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