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총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검찰이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재수사에 나서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과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 "정치적 고려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수사를 총선에 이용하려는 파렴치함의 극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정원두 부장검사)는 전날 세종시에 있는 대통령기록관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 압수수색에 나섰다. 서울고검이 지난 1월 18일 재기수사 명령을 내린 뒤 49일 만에 첫 강제수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재수사에 나선 것이다.
서울고검은 '2018년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관련해 윗선 의혹을 받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등에 대한 재기수사를 명령했다.
기존 수사와 공판기록, 법원 판결 등을 검토한 결과 울산경찰청 하명수사 및 울산시장 후보자 매수 혐의 부분에 관해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11월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이 사건 주요 피고인들에 대해 1심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면서 윗선 의혹에 대한 재수사 길이 열린 셈이다.
이에 따라 앞선 검찰 수사에서 증거 부족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등 5명에 대한 재수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검찰이 본격적인 재수사에 나서자 민주당은 "증거불충분으로 이미 불기소 처분된 사안을 다시 꺼내서 수사를 총선에 이용하려는 검찰의 작태는 파렴치함의 극치"라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최혜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진 뒤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 검찰은 대체 언제까지 정치보복으로 날을 지새우려고 합니까"라며 "전임 대통령을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려는 정치검찰의 표적 수사가 멈출 줄 모른다"고 비난했다.
또한 "털어도 털어도 먼지가 나오지 않으니, 대통령기록물을 탈탈 뒤져서 없는 죄를 만들려는 검찰의 악심이 끔찍하다"며 "계속된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의 이유는 뻔하다. 문재인 대통령을 어떻게든 검찰 포토라인에 세워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의 무능을 덮어보겠다는 심산 아니냐"고 주장했다.
특히 재수사 대상인 조국 전 장관을 둘러싸고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하다. 조국혁신당을 창당해 총선을 준비 중인 조 전 장관을 상대로 압수수색이나 소환 조사 등 수사에 나선다면 선거 개입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철 지난 사건을 또 털면서 조국을 겨냥해 수사력을 낭비하고 있다"며 "조국혁신당의 국민적 열망이 날이 갈수록 치솟으니, 윤석열 검찰 정권은 겁을 먹고 수사의 칼날을 갈고 있다. 겁먹은 개가 크게 짖는다"고 논평했다.
조 전 장관도 지난 1월 재기수사 명령 직후 "2019년 사건 수사가 시작됐을 때 검찰은 저를 소환하지도 않았고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며 "저와 관련된 사실 관계는 변함이 없을 터인데 의도가 무엇인지 짐작이 간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은 앞서 1심 판결문을 비롯해 검토한 자료 등을 토대로 사실 관계 재확인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입장이다.
서울고검이 재기수사 명령을 내린 뒤 한 달 넘게 1심 판결문과 수사 기록을 검토한 이후 후속 작업이라는 취지다.
특히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은 통상의 압수수색과 달리 장시간 시일이 걸리는 만큼 총선이 끝날 때까지 손을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점도 고려한 조치라는 게 검찰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특정인을 소환조사하는 것이 아닌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자료를 통해 사실관계를 재확인하는 차원"이라며 논란에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