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는 이종섭 신임 호주대사가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 외압 의혹에 연루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출국금지 조치된 것과 관련해 "인사검증은 외교부의 소관 사항이 아니다"며 해당 사실을 몰랐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임수석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출국금지 조치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수사상의 비밀이기 때문에 외교부 차원에서 말씀드릴 사항이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4일 외교부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한다고 밝혔는데, 법조계에 따르면 그보다 앞서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올해 초 이 전 장관을 포함해 국방부와 군 관계자 6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여기에는 신범철 전 차관, 유재은 법무관리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김동혁 검찰단장, 박경훈 조사본부장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출국금지는 1개월 동안 이뤄지고 이후 연장되는 방식인데, 3월 7일 현 시점에서 이들의 출국금지 조치가 연장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고위공무원단의 인사검증은 법무부 소관이다"며 "외무공무원을 포함해 고공단으로 올라가는 모든 공무원은 법무부가 인사검증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검증 과정에서 외교부는 필요한 협의를 하거나 의견을 제출할 수 있지만 검증을 직접 진행하지는 못하고, "출국금지는 수사상의 비밀"이기 때문에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외교부는 이 장관의 외교관 여권 발급이 위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여권법 12조는 "장기 2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로 인하여 기소되어 있는 사람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로 인하여 기소중지 또는 수사중지되거나 체포영장·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람 중 국외에 있는 사람"의 여권 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가 됐을 뿐 아직은 수사를 받고 있는 인물이고, 그렇기에 그에게 외교관 여권을 발급한 일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 외교부의 설명이다. 물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그의 호주대사 임명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숱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7일 오후 성명을 내고 "이 전 장관은 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대통령의 격노를 직접 접하고 수사기록 이첩을 막았으며 조사본부를 통해 수사 결과를 뒤집은 장본인"이라며 "공수처는 즉시 이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 출국할 수 없도록 신병부터 확보하고 강제수사를 이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호주 측에서 (이 대사 임명에 대해) 문제 또는 이의를 제기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사상의 비밀'이라는 외교부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호주 당국이 이 대사에 대한 아그레망(주재국 부임 동의)을 내줄 당시 출국금지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