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과천 '변호사 vs 검사' 맞대결…재선이냐 탈환이냐

4·10 총선 경기도 의왕·과천 지역구에서는 변호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이소영(38) 국회의원과 검사 출신 변호사인 국민의힘 최기식(54) 전 당협위원장이 '율사대전'을 치른다.

이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처가 의혹에, 최 전 위원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의혹에 날을 세워 온 인물로 두 거대 정당의 핵심 공략 포인트를 겨냥한 '저격수' 간 맞대결이자 전국 선거의 바로미터로 주목된다.

이 지역에서 총선 3연승을 달린 민주당이 12년 만에 첫 재선 의원을 탄생시킬지, 국민의힘이 과거 보수 강세지역으로서의 명예를 되찾을지도 관심사다.

尹 처가 의혹 vs 李 사건 수사…여·야 '공격수' 진검 승부

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의왕·과천에서 법조인 간 대결을 펼치는 이 의원과 최 전 위원장은 상대 진영의 취약점을 집중 타격하며 입지를 다져 온 '공격형 맞수'다.

이소영 의원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 의원 측 제공

먼저 이 의원은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한 '킬러'로 통한다.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의혹과 관련, 사업 백지화로 야권에 책임을 돌리려던 당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을 상대로 논리적 허점을 파고들며 전세를 뒤집어 '찐 일타강사'로 불렸다. 김 여사 일가 토지의 수변구역 개발 가능성과 국토부 노선안의 교통량 조사 왜곡 의혹 등을 제기해 국정감사에서 활약한 5인(한국갤럽 조사)에 들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이 의원을 단수공천하면서 "윤석열 정부 실정의 대명사 격인 양평고속도로 종점 비리 의혹을 만천하에 알렸다"며 이례적으로 상세한 공천 사유까지 덧붙였다.

이 의원이 이재명 당대표의 사법리스크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던 비명계(비이재명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물론과 당 기여도로 계파를 뛰어넘은 결과다.

최기식(뒷줄 가운데) 전 당협위원장이 자신의 지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다. 최 전 위원장 측 제공

반대로 최 전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 의혹 수사를 직접 지휘한 '장수'였다. 수원지법 성남지청에서 이 대표 친형 강제입원 사건을 맡았던 그는 자신의 온라인 채널 등에서 '이재명 수사를 지휘한 검사'임을 내걸어 상대 진영 수장에 대한 공격력을 앞세웠다. 방송 패널로 출연해 이 대표 사건 수사의 당위성을 강조하는가 하면,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이 대표 체포동의안 국회 설명에 대해서도 거들었다.

이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이 대표에게 화살을 겨누고 있는 대결 구도와도 상통한다. '한동훈 대 이재명'이라는 당의 공격 방향성에 맞춰 여당 후보로서의 존재감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읽힌다. 최 전 위원장과 한 위원장은 사법연수원 동기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은 최 전 위원장을 비롯해 원 전 장관과 '굿바이 이재명'의 저자인 장영하 전 변호사,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갈등을 빚던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 등 소위 이재명 저격수 4인방을 격전지인 수도권에 전진 배치한 상태다.

과거 두 후보는 법조계에서도 맞붙을 뻔한 적이 있다. 이 의원이 변호사 시절 한 수입차 배출가스 조작 사건에 대해 환경오염을 초래한 기업을 두둔할 수 없다며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사표를 냈는데, 당시 수사를 맡아 이름을 알린 검사가 최 전 위원장이다. 재판에서 엇갈렸던 인연이 선거판에서 맺어진 셈이다.

힘 있는 재선 의원이냐, 대세론 업은 여당 후보냐 '촉각'


이들이 결전을 치를 의왕·과천은 과거 안상수 전 의원이 내리 4선을 하는 등 도내 대표적인 보수 강세 지역구였지만, 대규모 택지개발 등으로 인구 구성이 바뀌면서 정치 성향도 변해 19대 때부터 민주당이 장악해 왔다.

올해 선거에서 안 전 의원 이후 12년 만에 민주당의 재선 의원이 탄생할지, 정권을 잡은 국민의힘이 깃발을 되찾아 올지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그동안의 선거 결과들을 종합하면, 지난 세 차례(19~21대) 총선에서는 과천보다 선거인수가 2~3배가량 많은 의왕에서의 우세로 민주당이 평균 7천표 넘는 표차로 배지를 지켰다.

하지만 2년 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는 판이 뒤집혔다. 두 지역 모두 국민의힘이 연달아 승리한 것. 대선 때 8400여표였던 표차는 석 달 뒤 열린 지방선거(두 지역 시장선거 개표 합산)에서 1만 4400여표로 더 벌어졌다.

공천 결과가 나오기 전인 지난 1월 한 여론조사(여론조사 꽃)에서 현역인 이 의원이 최 전 위원장과의 가상대결에서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민주당의 공천 논란으로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차 범위 밖 우세를 보이면서 섣불리 판세를 예측하기는 어려운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의왕과 과천 지역내 대규모 재건축 공사 여파에 따라 인구가 대거 인접지로 빠져나간 게 이번 선거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전문가들 "여·야 대결 구도 상징성"…현역 인물론 vs 여당 상승세

전문가들은 전국적인 관심도가 높은 지역구는 아니지만, 양 진영의 공격수 간 대결로서 여·야 '진검 승부'의 상징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인지도와 의정 성과에 기반한 재선이냐, 정부·여당의 상승세에 따른 탈환이냐를 놓고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가운데) 국회의원이 최근 1호 공약을 발표하면서 같은 당 소속 과천시의원들(왼쪽부터 박주리·이주연)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이 의원 측 제공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계양의 '명룡(이재명·원희룡)대전'이나 '수원벨트'처럼 여·야의 대장급 인물과 지역은 아니지만, 소장 저격수 간 대결로 상징성이 있다"며 "정부 여당 비판에 앞장서온 현직 의원의 존재감이 큰 가운데, 국민의힘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여당 후보가 반전을 일으킬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라고 봤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경기도 만큼은 정권심판론이 우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맞춰 대표 저격수인 이 의원을 의왕·과천에 최적 카드로 선택한 것으로 짐작된다"며 "2년 전 대선과 지방선거 때와 달리 국민의힘은 선거에서 대통령 이름을 지우고 한동훈 바람과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를 부각해 선전을 노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판단했다.

국민의힘 최기식 전 당협위원장이 1호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옆에는 같은 당 소속인 과천시의회 김진웅 의장과 하영주, 황선희, 우윤화(부의장) 시의원이 서 있다. 최 전 위원장 측 제공

반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1월쯤엔 국민의힘이 힘든 시기였기 때문에 당시 여론조사 결과로 이 의원(민주당)의 우세를 평가하는 건 무리가 있다"며 "여권에서 수도권 이슈를 선점하고 있고, 가장 최근 선거인 지방선거와 대선 결과를 보면 의왕·과천도 여당 후보가 힘을 받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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