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4·10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에 맞서 연대를 펴기로 공감대를 나눴다. 민주당은 최근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자칫 중도층 민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재명·조국 "정권심판론" 한목소리…방법엔 '온도차'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만나 오는 4월 총선에서의 협력을 다짐했다. 이 대표는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는 동일하다. 윤석열 정권의 폭정을 종식하고 심판하고 국민들께 희망을 드리는 것이다"라며 "정권을 심판하고자 하는 모든 정치 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 그 주위에 조국혁신당이 함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조 대표도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이 의지가 있어도 조심해야 할 캠페인을 담대하게 전개하겠다"라며 "민주당은 넓은 중원으로 나가 중도표와 합리적 보수표를 끌어오고, 지역구에서 1:1 구도를 형성해 승리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는 조국혁신당이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는 대신 비례대표 의석 확보에 집중하는 동시에, 민주당보다 강도 높은 정권심판론으로 범야권 득표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조 대표가 구체적인 역할을 제시한 데 반해, 이 대표는 '주위에 함께 있자'며 조국혁신당과 적당한 거리를 둔 대목에 이목이 쏠린다. 같은 협력을 말했지만 온도 차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 측은 조 대표와의 접견 후 '구체적인 선거 연대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조국 멀리할 수 없는 민주당…비례의석 상당수 확보할듯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견제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건, 최근 조국혁신당의 지지율 상승세가 가팔라 자칫 민주당의 위성정당 표까지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다. 그런데 또 범진보연대의 승리를 위해서는 또 조국혁신당과의 협력이 필수적인 상황이라 민주당 입장이 조금 난처해진 부분이 있다.
최근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리서치뷰가 지난달 27~29일 전국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례대표 정당 투표는 국민의미래(국민의힘 위성정당) 34%, 조국신당 22%, 민주개혁진보연합(민주당 위성정당) 8% 순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100% 무선전화 ARS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4.6%다. 이 분위기가 총선까지 유지된다면 조국혁신당은 목표로 밝힌 10석을 얻을 수도 있다.
조국혁신당 지지층이 민주당의 일부 강성 지지층과 겹친다는 점도 민주당 입장에서는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 당초 민주당은 진보당 등이 포함된 비례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을 통해 강성 지지층의 표심을 공략할 전략이었다. 그런데 조국혁신당이 상당한 비례 의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어느 정도의 출혈이 불가피해졌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일부 비례 의석을 포기하더라도 조국혁신당과의 연대를 통해 전체 범야권 의석을 키우겠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 민주당 내 일부가 조국혁신당으로 합류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현재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조국혁신당 합류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황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중요한 것은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는 것"이라며 "민주당 내에서 역할을 다할지, 조국혁신당에서 노력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까이 하면 다시 '조국의 강'…적당한 거리 유지할 듯
다만 그 연대의 강도는 '느슨한'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국혁신당과의 연대가 두텁게 비춰질 경우 산술적인 의석 증가로 이어질 지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돼서다.
조 대표의 경우 지난달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이 대표도 대선 당시인 2021년 "조국 전 장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민주당이 그간 국민에게서 외면 받고 또 비판 받는 문제의 근원 중 하나"라며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아주 낮은 자세로 진지하게 사과드린다"며 이른바 '조국의 강'을 건넌 바 있다. 이 대표 자신도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조 대표의 사법리스크까지 얹어질 경우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도층 포섭이 민주당 총선 승리의 관건이라는 점도 조국혁신당이 부담스러운 배경이다. 비례 의석을 조금 더 얻으려다 조 대표에 대한 반감이 있는 중도층 민심이 떠나갈 경우 소탐대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국혁신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조국혁신당은 검찰개혁만큼은 확실하게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라며 "민주당으로부터는 긴장감이나 견제하려는 느낌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민주당 입장에서는 조국혁신당과 협력하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일 이 대표도 더불어민주연합 중앙당 창당대회 이후 조국혁신당과의 연합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에게 "원내 정당 중심으로 시민 사회 세력까지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힌 바 있다. 선거연합 추진단장을 맡았던 박홍근 의원도 "선거연합의 대상으로 고려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