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돌입한 지 벌써 14일째입니다.
정부는 의대 증원 작업에 속도를 붙이고 있고, 이탈 전공의들의 면허를 취소하거나 형사 처벌할 수 있다며 대응 수위도 높이고 있습니다.
사회부 양형욱 기자와 오늘 의료계 상황 정리하겠습니다.
양 기자, 어서오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원래 정부가 의대생을 2천 명 증원하겠다고 했었죠? 오늘 교육부 발표를 보면 전국 대학에서 요청한 수를 합쳐보니 3천 명을 넘었고요. 의료계가 집단행동까지 벌였는데 애초 예상보다도 오히려 더 늘었네요?
[기자]
말씀대로 정부의 의대 증원 목표인 2천 명은 물론, 작년 교육부 수요조사 결과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박민수 제1총괄조정관의 발표, 직접 들어보시죠.
[인서트]
"교육부에서 2월 22일부터 3월 4일까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신청을 받은 결과, 총 40개 대학에서 3401명의 증원을 신청했습니다."
[기자]
특히 증원 인원의 72.7%를 비수도권 대학에서 요구했습니다.
[앵커]
의대생 정원을 대폭 늘리면 입학 정원도 늘리고, 대학 위상도 높이고. 대학으로선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일 테니까요.
[기자]
실제로 다른 대학보다 학생 수가 턱없이 부족한 정원 50명 미만인 소규모 의대나 지방 거점국립대학교의 증원 요구가 매우 높았습니다.
충북대는 기존 인원의 5배를 넘는 250명을, 울산대는 기존 인원의 4배에 가까운 150명을 신청했습니다.
또 1998년을 마지막으로 26년간 의대 정원이 늘지 않았잖아요. 대학들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앵커]
정부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의대 교수들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잖아요.
[기자]
의학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논리죠.
오늘 강원대 의대 교수 10여 명은 일방적인 증원 방침에 반대한다며 삭발식까지 열었습니다.
또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의대생들이 휴학계를 제출하고 있는데, 어제까지 전국 의대생의 74.7%에 달하는 1만 4천여 명이 휴학을 신청했습니다.
[앵커]
마찬가지로 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의료현장을 떠났던 전공의들은 아직도 복귀할 조짐은 보이지 않아요.
[기자]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어제 밤까지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들이 총 8983명, 전국 전공의의 90%가 넘습니다.
앞서 제시했던 복귀 시한이 지나면서 오늘 이탈 전공의들에게 행정처분 사전통지서가 발송됐습니다.
예고대로 전공의들의 면허를 정지하겠다는 것인데요.
복지부는 현장에서 출근 여부를 직접 점검할 뿐 아니라 현장에 나왔더라도 전자의무기록에 접속하지 않으면 미복귀 전공의로 판단할 계획입니다.
[앵커]
뒤집어 말하면, 끝까지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들에게는 이제 정부가 처벌에 나서겠다는 말이고요.
[기자]
복지부는 집단행동을 주동한 세력들 중심으로 경찰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미 대한의사협회 지도부를 상대로는 경찰이 이미 수사에 나섰죠.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에 불법적으로 관여했다는 혐의인데, 압수수색과 출국금지 조치가 이뤄졌고,
내일부터는 의협 전현직 간부들이 경찰에 차례로 소환돼 조사받을 예정입니다.
[앵커]
이런 일련의 정부 움직임에 의협도 가만히 있진 않겠네요.
[기자]
의대 정원 증원을 놓고 총장들에게 외압을 가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 말 들어보시죠
[인서트]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의대 교수들이 강력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총장이 스스로 실제로 그렇게 보고한 건지, 아니면 외부 압력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
또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총장들은 증원에 동의하지 않았고, 대학 총장 대부분이 많아야 10% 증원을 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의협은 제기한 의혹을 조사할 방법은 없고 대학 총장들에게 '억울하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해라', '법정 가서 밝혀보자'며 거센 발언들을 이어갔습니다.
[앵커]
정부와 의료계가 이렇게 맞서는 동안 무엇보다도 환자들의 건강이 걱정되는데요. 병원 상황은 좀 어떻습니까?
[기자]
오늘 저희 취재진이 서울 빅5 병원을 직접 찾았는데요.
환자들은 물론, 병원에 남은 의료진들도 집중된 업무를 소화하느라 피로가 극한에 달한 상태였습니다.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전문의들의 말 들어보시죠.
[박스팝]
병동에서 입원 환자를 돌봐야 하는데 지금 전공의도 없는 상황에서 모든 거를 다 해야 하니까 힘들긴 하다. 수술 잡힌 거는 지금 현재 '딜레이' 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꼭 해야 할 응급 수술은 하고 있다.
[기자]
이미 PA간호사들이 전공의들의 업무를 대신하면서 불법 의료 행위 논란까지 이어졌죠.
정부가 내놓은 비대면 진료 확대 등 대응책도 현장과 괴리가 있다는 비판을 받았고요.
정부가 의료개혁을 추진하는 데만 급급하기보단, 당장 고통 받는 환자들과 의료진들에 대한 지원책도 조속히 마련해야겠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양형욱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