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를 만들었다고 주장한 국내 연구진이 새 물질 'PCPOSOS'에 대한 연구 결과를 미국 물리학회에서 4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PCPOSOS의 상온 초전도성이 입증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학계는 "지난해와 진전된 게 없다"고 평가절하 했다.
김현탁 미국 윌리엄앤매리대 교수는 4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미국물리학회 3월 미팅에서 PCPOSOS에 대한 저항 측정 결과와 부양 실험 등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 자료는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 등 LK-99 핵심 연구진들이 함께 작성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PCPOSOS는 기존 LK-99에 '황'을 추가해 개발된 물질이다. 연구자들은 PCPOSOS라는 물질이 제로(0) 저항, 마이스너 효과(자석에 반발하는 반자성 특성), 자석 위에서 부분 부상 등 초전도체 특성을 나타낸다고 주장했다.
기존 초전도체와 달리 물질 일부만 뜨는 부분 부상 현상은 자석의 자기장이 불균일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2종 초전도체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상부와 하부 임계 자기장이 존재해 해당 자기장을 경계로 초전도 특성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자석을 움직이면 공중 부양 위치가 돌아가는 '자기 선속고정'도 초전도체 특성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연구진들은 이날 발표에서 실물 공개 없이 PCPOSOS라고 주장하는 물질을 찍은 동영상만 공개하고, 관측 데이터들에 대해 설명했다. 동영상 속에서 해당 물질은 자석 위에서 부분적으로 부양한 모습을 보였다. 특정 상황에서는 샘플이 자석 위에서 완전히 뜨는 공중 부양을 보이기도 했다며 1600배 확대한 사진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PCPOSOS에서 '완전 부양'과 '전기 저항 0'이 함께 나타나야 초전도체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창영 서울대 교수(LK-99 검증위원회 위원장)은 "작년에 보여줬던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기본적인 실험 방법도 제대로 돼 있지 않은데다가 부양도 제대로 되지 않는 등 학계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고 지적했다.
LK-99연구진이 나선 물리학회 발표는 객관적 검증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학생들도 돈을 내고 신청만 하면 발표할 수 있는 자리여서다. 한 초전도체 전문가는 "다른 곳에 논문을 내려고 했는데 다 거절 당하다보니 이 학회에서 발표하겠다고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발표했다고 해서 검증이 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정확한 데이터를 달라, 교차 검증을 하기 위해 샘플을 달라고 하는 등의 과정 등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짚었다.
앞서 지난해 7월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진은 상온상압 초전도체라 주장하는 물질 LK-99를 개발했다는 연구 결과를 온라인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에 올렸다. 이후 국내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국초전도저온학회가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재현 실험 결과를 분석했으나, 이 물질이 상온 초전도체라는 근거가 전혀 없다고 같은 해 12월 결론 내렸다.
초전도저온학회는 이번 발표도 그때 결론과 달라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최경달 초전도저온학회장은 "그때(LK-99 검증)와 변동된 부분이 없다"라며 "국내외 공인기관에서 적정한 데이터가 함께 제시되기 전까지는 주장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