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양민 구한 '제주판 쉰들러' 문형순 서장 국립묘지 안장

오는 5월 10일 국립제주호국원에 안장

제주경찰청에 세워진 故 문형순 전 서장 흉상. 고상현 기자

청춘을 독립운동에 바치고 제주4·3 당시 무고한 양민을 살린 고(故) 문형순 전 모슬포경찰서장이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부당함으로 불이행'으로 대변되는 그는 '제주판 쉰들러'로 불린다.
 
5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국가보훈부는 문형순 전 서장에 대한 국립제주호국원 안장을 승인했다. 지난해 말 문 서장은 6·25참전 유공으로 서훈을 받았고 호국원 안장까지 이뤄졌다.
 
그동안 제주시 오등동 평안도민 공동묘지에 묻힌 문 전 서장은 오는 5월 10일 국립제주호국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날 파묘와 화장, 영결식 등의 순서로 이장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7월 제주경찰청은 문 전 서장에 대해 국가보훈부에 서훈을 요청했다. 
 
이전까지 경찰은 문형순 전 서장의 독립운동 역사자료를 발굴해 독립유공자 심사를 국가보훈부에 6차례에 걸쳐 요청했으나 입증자료 부족 등의 이유로 독립유공자로는 서훈을 받지 못했다.
 
경찰은 문 서장이 한국전쟁 당시 경찰관으로 '지리산전투사령부'에 근무한 이력을 확인하고 독립유공이 아닌 참전유공으로 국가보훈부에 서훈을 요청해 이번에 국가유공자로 선정됐다.
 
국립제주호국원. 박정섭 기자

1897년 2월 7일 평안남도 안주에서 태어난 문형순 전 서장은 일제강점기 만주 일대에서 광복군에 들어가 항일무장 독립운동을 했다. 해방 후에는 제주경찰청 기동경비대장으로 근무했다.
 
4·3 광풍이 휘몰아친 1949년 모슬포경찰서장으로 근무하면서는 모슬포교회 조남수 목사의 자수 선무 활동으로 모은 주민 수천 명과 즉결처분을 앞둔 백여 명의 목숨을 구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문 서장과 조 목사의 업적을 기려 모슬포진개동산에 공덕비를 세웠다. 
 
성산포경찰서장으로 일한 1950년에는 군 당국의 예비검속자 총살 명령에 대해 '부당하므로 불이행'한다고 글을 써 보내 상부의 명령을 거부했다. 이로써 주민 295명의 생명을 보호했다. 
 
1953년 9월 15일 경찰복을 벗은 문형순 전 서장은 제주시 내에서 쌀 배급소 직원, 대한극장 매표원으로 일하다 1966년 6월 20일 제주도립병원에서 향년 7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문 전 서장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고춘언 씨는 "4·3 당시 군경이 무차별적으로 주민을 총살했지만, 문 서장의 용기 있는 결단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그는 2018년 올해의 경찰 영웅으로 선정돼 제주경찰청에 추모 흉상이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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