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육아도우미와 간병인 등에 외국인 노동자를 적극 활용하고, 이들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을 제외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빠른 고령화와 맞벌이 증가 등으로 돌봄 서비스 수요는 증가하지만, 현재의 최저임금으로는 가계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거란 이유에서다.
한국은행이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5일 발표한 '돌봄서비스 인력난·비용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요양병원 등에서 개인이 간병인을 고용할 경우 드는 비용은 지난해 기준 월 370만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40~50대인 자녀 가구 중위소득의 60%를 웃도는 수준이다. 육아 도우미 비용도 월 264만원으로, 30대 가구 중위소득의 50%를 넘어섰다.
돌봄 서비스직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은은 인력난과 비용 증가를 완화하는 방안으로 외국인 노동자 활용을 제안했다.
홍콩의 경우 외국인 가사 도우미 급여가 홍콩 여성 평균임금의 30% 수준까지 떨어지고 나서야 고용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내국인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크게 높아졌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또, 오스트리아에서도 상대적으로 임금이 적은 외국인 간병인 고용이 늘자 부모 간병에 따른 자녀의 경제 활동 제약이 완화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노동기구(ILO) 규약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를 차별할 수 없어 한은은 이를 우회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개별 가구가 사적 계약 방식으로 고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외국인 도우미는 가사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에 가까워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실제 이를 활용하는 홍콩은 2022년 기준, 대만은 2472원이 외국인 가사 도우미 임금이다. 이는 한국의 가사도우미 임금 1만1433원보다 적다.
다른 방식으로는 돌봄서비스 업종 자체의 최저임금을 낮게 설정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ILO는 업종에 따라 다른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 오삼일 한은 고용분석팀장은 "이 방법은 외국 인력을 재가·시설 요양에 모두 활용할 수 있고 관리·감독 우려도 적다"면서도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