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침체의 여파로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 가격 간극은 오히려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집값 내림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은 주택 경기가 양호할 것으로 점쳐지는 등 지역별 양극화도 계속될 전망이다.
5일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올해 2월 가격 상위 20%(5분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4억 6381만원으로 전월(24억 6461만원보다) 80만원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같은 기간 가격 하위 20%(1분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4억 9825만원으로 전월(4억 9913만원)보다 88만원 하락했다.
낙폭만 보면 유사하지만 주택 가격 차이를 고려하면 하위 20% 아파트 낙폭이 훨씬 크다.
집값 양극화 정도를 의미하는 '5분위 배율'도 계속 악화되고 있다. 5분위 배율은 주택을 가격 순으로 5등분 상위 20%의 평균 가격을 하위 20%의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인데 이 숫자가 높을 수록 양극화 정도가 심하다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은 이달 4.945를 기록해 2018년 9월(5.011)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일반인들도 이런 양극화 양상을 인지하고 있다. LH토지주택연구원이 최근 수도권 거주자 1천가구를 대상으로 한 '주거 불평등에 대한 국민 인식 수준 조사' 결과 응답자의 87.2%는 현재 주거 불평등 수준을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이런 양극화는 보다 심화될 전망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24 KB 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전문가와 공인중개사, 자산관리전문가(PB)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시장 전문가 74%, 공인중개사와 PB 79%가 올해 전국 주택 매개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런 전망이 모든 지역을 포괄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 대부분은 올해 서울(49%)과 경기(37%) 지역의 주택 경기가 양호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 안에서도 강남구는 정부 규제 완화와 주택 수요 등으로 긍정적 상승 기대감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됐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강남구가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매매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당초 우려됐던 부동산 경착륙 가능성이 줄어들고, 거시상황 영향을 적게 받아 주택시장 기대 심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매매거래 위축에도 주택 매수세가 소폭 회복되며 강남구 등 주요 지역으로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초구는 청약 수요는 많지만 진행 중인 정비사업은 차별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했고, 송파구는 집값 하방역할을 하는 전세가격이 대규모 단지 입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KB부동산 기준 올해 2월 노원구와 도봉구 전용면적 84㎡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각가 8억 2009만원과 6억 9602만원으로 전월(노원구 8억 2194만원, 도봉구 6억 9745만원)보다 떨어졌는데 같은 기간 같은 평형의 강남구와 서초구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소폭 올랐다.
올해 2월 강남구 전용 84㎡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22억 3860만원으로 전월(22억 3843만원)으로 상승했고, 서초구 아파트 평균매매가격도 전월 20억 2994만원에서 2월 20억 3002만원으로 올랐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보더라도 전용 84㎡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노원구(2023년 2월 8억 8208만원)과 도봉구(7억 6566만원)의 경우 1년 만에 집값이 수천만원 떨어졌는데 강남구(21억 8979만원)는 수천만원이 뛰었다.
서울 외곽지역은 대출을 많이 받아 매수하는 일명 '영끌족'의 매수가 많았던 곳인데 고금리 기조 장기화와 경기 침체, 대출규제 강화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하락세가 강남권 등보다 큰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입지별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NH농협은행 김효선 부동산수석연구위원은 "시장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서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 서울 강남권과 그 외 지역간 수요 차이, 그에 따른 가격 격차가 커지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이 아파트와 비아파트 간 격차인 상품별 양극화는 물론 입지, 지역별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