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 등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도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 증원'에 대한 40개 대학의 신청이 4일 자정에 마감됐다.
박성민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4일 밤 12시까지 의대 증원 신청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정원 증원 신청을 마감하면서, '판 굳히기'에 들어간 것이다.
관심은 증원 신청 규모가 2천명을 넘어 어느 정도로 맞춰질지에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한 의대 증원 수요조사 결과,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으로 파악됐는데 이번에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 실장은 "의대 정원 증원이 자주 있는 것도 아닌 만큼. 각 대학에서 꼭 필요한 인원을 신청할 것으로 알고 있고. 현재로서는 2천명 이상 올(신청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신청하지 않은 대학에 대한 임의 증원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만큼 대부분의 대학이 증원을 신청한 것으로 추정된다. 1998년을 마지막으로 26년간 의대 증원·신설이 없었던데다, 정원 증원을 신청하지 않을 경우 다른 의대에 비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 신청 규모는 5일 발표되며, 교육부는 신청 규모를 토대로 보건복지부와 배정위원회를 구성한 뒤 4월 총선 전까지 배분을 마칠 방침이다.
정부는 비수도권 의대와 정원 50명 미만 소규모 의대를 중심으로 증원하되, 각 대학이 제출한 수요와 소규모 의대의 교육 역량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할 방침이다. 현재 전국 40개 의대 정원 3058명 가운데 비수도권 의대 정원은 27개교, 2023명으로 전체 66.2%를 차지하고 있다.
비수도권 의대 중에서는 건국대(충주)·단국대(천안)·대구가톨릭대·울산대·을지대·제주대가 수도권에서는 가천대(메디컬)·성균관대·아주대·차의과대의 정원이 40명으로 가장 적다.
"정원 50명 미만 소규모 의대 중 상당수, 정원 2배 이상 신청한 듯"
정원 50명 미만인 의대 중 상당수는 정원을 2배 이상 올려 달라고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이 각각 40명인 울산대와 제주대, 대구가톨릭대는 각각 150명과 100명, 80명의 정원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원 49명의 충북대는 250명, 건양대(대전)·동아대·인하대는 각각 100명가량의 정원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북대와 경상국립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증원을 둘러싸고 학내 반발이 계속돼, 증원 신청 이후에도 적지 않은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경상국립대는 현재 76명인 정원을 200명으로, 경북대는 110명인 정원을 250명으로 늘리겠다고 신청했다. 경상국립대는 의대 교수들이 반발했지만 이날 총장과 대학본부 보직자, 각 단과대학 학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학무회의'를 열어 최종 증원 규모를 당초 계획대로 확정했다.
서울 소재 모 의대 교수는 지난해 11월 정부의 의대증원 수요조사 당시 "공문에 우리나라 의사가 몇 명이면 좋겠느냐라는 질문은 빼고, 의대 증원이 몇 명까지 가능한지 물었으니, 희망하는 규모를 적어내라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수요조사 과정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갈등이 길게 갈 것 같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지역의 한 의대학장은 "이번 일로 교육의 질이 퇴보하고, 학생들을 복귀시킬 기회가 사라지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지적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 김창수 위원장은 "정원 증원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의대 교수의 의견은 전혀 반영이 되지 않고 대학 행정의 최고책임자인 총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해, 의대교육의 질적인 면에서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아마 불만을 가진 의대교수들의 사직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북대 의대의 한 외과 교수는 증원을 둘러싼 갈등과 관련해 "우는 아이한테 뺨 때리는 격으로 정부는 협박만 하고 있다"며 사직의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