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의 가격이 9100만 원 선마저 돌파해 역대 최고가 기록을 나흘 만에 새로 쓰면서 다른 가상자산(알트코인)들의 가격도 덩달아 오르는 '코인 강세장'이 지속되고 있다.
조만간 비트코인 가격이 1억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투자자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오른 가운데, 가상자산은 가격 변동성이 워낙 큰 만큼 낙관론에 기댄 과도한 '베팅'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4일 오후 8시55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9105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한 때는 9151만 4천 원까지 올랐다. 지난달 29일 세운 역대 최고가(9천만 원) 기록을 불과 나흘 만에 뛰어넘은 것으로, 이번 달 1일부터 3일까진 8600만 원~8800만 원 사이에서 등락하며 주춤하더니 다시 고점을 높였다. 작년 말 저가(5645만 2천 원) 대비 62.1% 급등한 수준이다.
2021년 하반기 이후 깊은 암흑기를 거쳐 2년여 만에 찾아온 비트코인 초강세장의 주요 원인으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상장·거래 승인이 지난달 현실화 됐다는 점이 꼽힌다.
시장 전망대로 해당 ETF 상품엔 전통 자본시장의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며 비트코인 가격 급등의 동력이 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비트코인 현물 ETF 펀드 출시 이후 이 상품들에는 70억달러 넘는 거금이 순유입 됐다.
비트코인 공급량이 기존보다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당장 다음 달로 예상된다는 점도 투자자들은 강력한 호재로 받아들이면서 '1억 원 돌파' 기대를 키우고 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량이 50% 줄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고, 앞선 반감기 때에도 가격 상승이 동반됐다는 시장 분석에 힘이 실리는 기류다.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투자 심리가 공격적으로 반전되면서 다른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가상자산) 가격도 줄줄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알트코인인 이더리움도 480만 원선 안팎에서 거래되며 2021년 말 이후 가장 높은 가격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 밖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에서 페페코인의 가격은 최근 1주일 사이 460% 넘게 폭등했다. 페페코인은 재미를 위해 존재하는 밈코인으로 분류되는데, 구체적인 사업 계획조차 없다. 비슷한 밈코인인 시바이누 가격도 같은 기간 175.9% 올랐다. 과거에도 알트코인 시세는 비트코인과 연동돼 움직이는 흐름을 보였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알트코인 시즌이 임박했다"는 업계 전망을 전했다.
그러나 가상자산 가격 변동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장밋빛 전망에만 기대서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경고도 많다. 특히 비트코인 상승세가 너무 가파른 만큼 차익 실현 등에 따른 큰 폭의 가격 조정도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뱅크의 하세가와 유야 연구원은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에 "아주 단기적으로는 비트코인 가격이 더 오를 수 있지만, 시장이 경계심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이 흐름이 지속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조심스럽게 3월을 맞이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세가와 연구원은 또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 문제로 휘청이는 미국 뉴욕 지역 은행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를 중심으로 은행 위기가 재점화 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위기가 주식 시장을 불안하게 할 만큼 커지면 가상자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JP모건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가격이 반감기 이후 현재 수준에서 약 33%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가상자산 운용사인 갤럭시디지털의 마이클 노보그라츠 창립자도 앞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오르기 전에 가격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