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소비 증가세…경기 저점 통과? 일시·기저효과 착시?

박종민 기자

올해 첫 달에도 생산과 소비가 증가세를 지속하며 본격적인 경기 회복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다만, 소비 등 증가세가 일시적 요인에 크게 힘입은 만큼 향후 개선세 지속 여부는 고물가와 고금리 등 변수들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수출은 완연한 회복세…현대경제연구원 "국내 경기, 저점 통과했거나 곧 통과"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1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에 의하면 올해 1월 생산(전산업생산)은 전달인 지난해 12월 대비 0.4% 증가했다.
 
생산은 지난해 11월(0.3%)과 12월(0.4%)에 이어 3개월 연속 전달보다 늘었는데, 생산이 3개월 이상 연속 증가하기는 2022년 1월 이후 2년 만이다.
 
소비(소매판매)도 전월보다 0.8% 늘며 두 달째 증가를 거듭했다.
 
화장품과 차량연료, 식료품 등 비내구재는 물론,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 소비도 증가했는데, 올해 초 출시된 갤럭시 S24의 영향이 컸다.
 
S24는 통신·방송장비 생산도 46.8%나 끌어올리는 등 적지 않은 파급력을 나타냈다.
 
투자 중에서는 건설기성(건설투자)이 12.4%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12월(14.2%) 이후 12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이다.
 
울산·광양의 LNG 터미널 등 플랜트 공사 집행 확대와 6700세대에 달하는 서울 개포동 아파트 입주 등의 영향으로 토목에서만 12.8%의 증가율을 보였다.
 
생산과 소비, 건설투자에 이어 지난 2월 수출도 호조를 보였다.
 
지난달 조업일수는 설 연휴 영향으로 지난해 2월보다 1.5일 적었음에도 수출은 오히려 4.8% 증가하며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를 기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말 기준 생산 부문 경기판단지수가 1.36으로 안정적인 회복 국면을 보이고 있다"며 "종합적으로 국내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거나 가까운 시일 내 저점을 통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소비 등 증가, 일시적 요인 영향 커"…"전년 경기 부진 기저효과" 지적도

연합뉴스

하지만 경기가 침체 국면을 벗어나고 있다는 판단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수출 부문은 개선세가 뚜렷하지만, 경기 회복의 또 다른 열쇠인 내수 흐름은 상대적으로 여전히 좋지 않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김귀범 경제분석과장은 "'경기 회복을 생산과 수출이 이끌고 있는 가운데 내수는 아직 미약하다'는 전반적인 기조 자체가 변화한 건 아니"라고 밝혔다.

지난 1월은 일시적 요인 덕에 소비와 건설투자 지표가 비교적 좋게 나타났지만, 일시적 요인 효과가 사라지면 부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건설기성 선행 지표인 건설수주는 지난 1월 무려 53.6% 줄어 2010년 10월(-58.9%) 이후 13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게다가 1년 이상 시차를 두고 올해 건설기성에 반영되는 과거 건설수주 실적도 부진한 측면이 있어 지난 1월 깜짝 반등했던 증가세가 앞으로도 이어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생산은 3개월, 소비는 2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이 정도로는 지속되고 있는 부진을 만회하는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성대 경제학부 김상봉 교수는 "지난해 우리 경제 성장률이 1.4%에 그치면서 아주 부진했던 사실을 고려하면 올해 양호한 지표는 기저효과 영향일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교수는 "고물가 및 고금리와 그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로 소비가 좋지 않다 보니 기업도 설비투자를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섣불리 '경기 저점'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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