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올 시즌에는 돌풍이 아닌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날 준비를 모두 마친 모습이다. 우승팀 전력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개막전부터 한층 농익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기대감을 높였다.
광주는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아사니, 엄지성, 허율, 정호연, 이희균 등 주축 선수들을 지켰다. 하지만 전력에 큰 부분을 차지했던 이순민(대전), 티모(청두 룽청) 등과는 아쉬운 작별을 했다.
그럼에도 광주에는 우려보단 궁금증이 앞섰다. 이순민과 티모 없이 어떤 경기력을 선보일지 관심이 쏠렸다.
바로 이정효 감독의 존재 때문이다. 매 경기 여러 전략을 준비하고 나서는 그는 과감한 승부수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현재 K리그 최고의 지략가로 평가받는 이유다.
이 감독이 올 시즌을 준비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는 개막전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달 26일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나는 상식 밖의 생각을 해야 남보다 앞설 수 있다"고 말한 그는 실제로 '상식 밖의 생각'을 개막전에서 실현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 감독은 "아사니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고, 빅톨은 훈련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베카는 훈련 중 부상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이름을 갖고 축구를 하는 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계 때 준비했던 전술적인 부분을 이번 경기 때는 하지 않는다"라면서 "상대가 우리 경기를 영상으로 분석하고 준비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역으로 옵션을 갖고 다른 전술을 준비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감독이 준비한 전술은 적중했다. 광주는 경기 초반부터 서울의 패스 루트를 완벽히 차단했고, 역습 과정에서 빈틈을 공략하며 분위기를 가져갔다. 그 결과 전반 20분 이희균의 선제골이 터져 앞서갔다.
경기 후 이 감독은 전반전 경기력에 매우 흡족해했다. 그는 "전반전을 마친 뒤에는 라커룸에서 '후반전에도 똑같이 해야 한다'고 했다. 전반전은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후반전에는 이 감독의 의도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선수들은 후반 들어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고, 서울에 여러 차례 공격 기회를 내주며 위기에 몰렸다.
이에 이 감독은 입고 있던 코트를 벗어 던지며 분노를 표출했고, 선수들에게 호통을 치며 투지를 요구했다. 이에 잠시 주춤했던 선수들을 각성하기 시작했고, 결국 후반 추가시간 가브리엘이 추가골을 터뜨려 2대0 승리로 경기를 마쳤다.
하지만 이 감독의 쓴소리는 특정 선수를 향하지 않았다. 그가 강조하는 '팀 워크'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을 뿐, 오히려 깊은 인상을 남긴 선수에 대해서는 일일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팀 워크가 무너진 것은 개인의 잘못이 아닌 팀 전체의 책임이라는 것을 선수들에게 강조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감독의 이런 '카리스마 리더십'은 광주의 최고 강점으로 꼽힌다.
훈련 및 경기 때는 선수들에게 엄격하지만, 평소에는 친근하게 다가간다. 이 감독은 공격수 오후성과 일화를 공개했는데 "나한테 호되게 욕을 많이 먹었는데, 골을 넣으면 나에게 달려와 욕을 해도 된다고 했다"면서 "올해는 (오후성에게) 내가 욕을 많이 먹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결승골을 터뜨린 이희균에 대해서는 "훈련할 때와 경기할 때 모두 한결같이 싸가지가 없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자 이희균은 "감독님이 원하시는 것이 그런 부분인 것 같다. 내 성격대로 할 생각이다"라고 응수했다. 이 감독이 선수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시즌 광주의 돌풍을 이끈 이 감독 특유의 리더십은 올 시즌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광주가 강팀으로 거듭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광주는 '린가드 효과'로 개막전부터 홈 경기 매진을 이루는 이득을 봤다. 하지만 모든 관심이 린가드에 집중돼 다소 섭섭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이 감독은 오히려 "서울이 좋은 선수를 영입한 것 같다. 좋은 선수가 K리그에 많이 와야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다"면서 린가드를 반겼다.
린가드는 후반 30분 투입되며 K리그 데뷔전을 치렀으나 공격 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다. 골문을 한참 빗나간 슈팅 1개에 옐로 카드까지 받았고, 팀의 패배로 아쉬움을 삼킨 데뷔전이었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린가드였지만 승자는 이 감독의 광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