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총궐기 앞두고 썰렁한 병원…의·정 강대강 대치는 계속

"산소 호흡기 찬 아들, 입원실 없어 외래 치료 받아" 눈물 흘린 보호자들
"수술 차질 생길까 걱정"…희귀병 환자들 걱정도 태산
의협, 내일 '전국의사총궐기대회' 예고…정부는 의협 관계자 처벌 초읽기 돌입

2일 오전 서울 세브란스병원 3층 접수대 앞. 나채영 수습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의사들의 총궐기 대회를 하루 앞둔 2일, 정부가 밝힌 '전공의 복귀 시한'을 넘겨서도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지 않아 환자들의 걱정은 갈수록 늘어간다.
 
주말 이른 시간에도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는 항암 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와 보호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병원 3층 접수대 앞에서 만난 A씨는 약물 치료를 받는 아들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A씨는 "(아들이)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전문의 선생님이 외래 치료를 받으라고 해서 날마다 오고 있다"며 "정신없고 힘든 상태인데 집에서 산소 호흡기까지 끼고 있다"고 울먹거렸다.
 
유방암 치료 중인 이모(56)씨는 최근 친구들과 만나 "이러다 병원이 망하겠다"는 대화를 자주 나눴다고 했다. 이씨는 "의사들이 선서까지 하면서 환자를 살리겠다고 했는데 자기네 욕심 때문에 상황이 이렇게 됐다"면서 "주위 여론은 정부보다 의사들을 욕하는 것 같다"고 분노했다.
 
이어 "(환자들이 줄어서) 검사든 치료든 빨리 이뤄져서 좋지만, 이것은 잠시뿐이고 빨리 병원이 정상화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희귀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피지샘 암을 앓는 70대 B씨는 눈 수술을 앞두고 진료에 차질이 생길까 불안해했다.
 
B씨는 "병원에 오고 싶어서 오는 사람이 어딨나. 급해서 어쩔 수 없이 오는 사람들이 환자들"이라며 "의사들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고, 의사가 모자라는 것은 어느 정도 확실하지 않나"고 반문했다.
 
의료진이 응급실로 이송된 환자를 돌보고 있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이처럼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길어질수록 환자들의 걱정은 계속 쌓여가지만, 정부와 의사들 사이에 긴장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전날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당한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간부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정부가 통보한 '전공의 복귀 시한'이 지나자마자 경찰이 의사들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압수수색 직전에는 보건복지부(복지부)가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 일부에 대해 업무개시(복귀)명령을 공시송달해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복지부에 따르면, 복귀 시한이었던 지난 29일 안으로 의료 현장에 복귀한 100개 주요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는 모두 565명이었다. 이탈 전공의 중 6%가량 현장으로 돌아온 것이다.
 
전공의들을 비롯해 의사들의 저항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의협은 다음 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열어 정부의 '의대 증원 확대' 방침을 철회하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집회 측 추산으로 전국에서 약 2만 명의 의사들이 집회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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