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뉴스]오세훈vs김동연, 기후동행카드 공방전…왜 이러나

서울시 vs 경기도 공방전의 중심에 선 기후동행카드. 황진환 기자

서울시와 경기도가 하루가 멀다 하고 '기동카(기후동행카드)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심지어 휴일인 지난 1일에도 경기도는 "서울시 주장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설명자료를 내놓고 "서울시의 정확한 계획과 입장설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인 지난달 29일 서울시 윤종장 도시교통실장이 타 시도가 기후동행카드에 참여할 때 서울시 재정부담이 최소 60%는 넘어 더 많은 재정부담을 진다고 주장한데 따른 반박이다.

29일 서울시의 브리핑은 그 전날인 28일 경기도 김상수 교통국장의 기자회견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고, 28일 김 국장의 기자회견은 그 전날인 27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발언을 문제 삼아 진행한 것이다.

지난달 21일 오 시장이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기후동행카드 경기도 확장문제는 "경기지사의 선택만 남았다"고 발언한 것을 시작으로 서울시와 경기도는 연일 기자회견과 맞회견, 또는 설명자료 배포의 형식으로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여러 주장과 입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핵심은 '돈'이다.

누가 얼마만큼 돈 내나?


월 6만2천원(따릉이 제외)짜리 기후동행카드는 대략 지하철(1400원)과 시내버스 기본요금(1500원)의 41~44회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환승할인까지 감안하면 40회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데, 결국 40번 이상 사용하면 추가로 발생하는 요금은 이용자가 아닌 지자체가 부담하는 구조다.

한 달 동안 기후동행카드를 운영한 결과, 이용자들은 정기권 금액보다 평균 3만원 정도 더 혜택을 보는 것으로 집계됐다. 거꾸로 보면 서울시는 카드당 3만원 정도 재정부담을 안게 된다는 뜻이다.


교통비의 일부를 환급하는 형식의 K패스는 중앙정부 주도라 일정부분 정부의 재정지원이 있지만 기후동행카드는 서울시 자체 사업이다. 중앙정부 지원 없이 자체 재원으로만 운영되는데 여기서 문제가 시작된다.

경기도 일선 시군으로 기후동행카드를 확장하려면, 해당 시군 또한 추가적인 재정 부담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재정자립도는 70%가 넘는다. 그러나 경기도 일선 시군의 재정자립도는 수원과 성남, 화성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30% 수준이다. 재정부담이 발생할 때 느끼는 부담의 크기도 다를 수밖에 없다.

경기도는 면적도 넓고 교통체계도 지역마다 달라 일선 시군이 교통정책을 운영하고, 경기도는 교통체계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승손실분이나 재정부담의 30% 정도를 시군에 보조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래서 떠오른 논란이 기후동행카드 참여로 발생하는 시군의 재정부담 30%를 경기도가 져야하느냐 하는 부분이다.

서울시는 교통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산하면 경기도민이라고 하더라도 기후동행카드 사용이 서울에서 더 많을 것이기 때문에 서울에서 지는 부담이 60% 이상으로 더 크고, 나머지 40% 정도를 시군이 부담하게 된다는 입장이다.

평행선 달리는 서울시-경기도


경기도민이 서울시내에서 사용하는 초과 이용금액은 서울시가 떠맡겠다는 것. 다만 기후동행카드 참여 시군에 떨어지는 40%의 재정 부담이 문제인데, 현재 환승손실을 분담하는 비율과 같이 10분의 3 정도는 경기도에서 감당해주면 일선 시군이 기후동행카드에 참여하기 더 수월해지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하지만 경기도는 기후동행카드 참여는 시군의 자치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참여 여부는 자율에 맡겨진 것이고, 도가 협조할 사항은 아니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기후동행카드 참여로 재정 부담을 떠안을지 말지도 시군이 알아서 결정하라는 입장이다.

또 서울시가 최소 60%의 부담을 떠안는다는 근거도 불명확하다며 "서울시 브리핑 내용이 맞다면 기본적으로 운송기관별 손실비율에 따른 각 지자체의 균등 분담이 원칙이고, 서울시의 추가 재원 분담은 없다는 뜻"이라고 반박에 나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하철 이용이 많고(코레일과 협의가 주로 필요한 사안), 시내버스는 주로 서울면허 버스가 들어오는 지역, 그러면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같은 당적인 국민의힘 단체장이 있는 지역들(김포, 군포, 과천)만 기후동행카드에 참여를 선언한 상태다.

군포와 서울 사이에 있는 안양시 등으로 기후동행카드가 추가로 확장되려면, 경기도가 일부 재정부담을 지는 형식으로 민주당 당적인 김동연 지사의 용인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오 시장이 "경기지사의 선택만 남은 부분"이라고 발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도는 기후동행카드 이용 가능인원이 전체 경기도 대중교통 이용객의 6% 정도에 불과해 이용대상이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결국 재정 부담만 키우는, 게다가 오세훈 시장의 브랜드가 되어버린 '기후동행카드'를 받아줄 마땅한 명분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왼쪽부터),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 1월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후동행카드·K-패스·The 경기패스·I-패스 등 대중교통 정기권에 관한 국토부·수도권 지자체 합동 기자설명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황진환 기자

중요한 건 '수도권 주민의 교통편의'  


기후동행카드를 둘러싼 논란은 결국 '선택의 다양성' 문제로 귀결된다. 내 교통이용패턴에 비춰 환급방식의 K패스(또는 The경기패스, 인천 I-패스)를 쓸거냐 아니면 정기권 형태의 기후동행카드를 쓸거냐 하는 선택의 문제다.  

5월이 되면 서울시민은 기후동행카드 또는 K패스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인천시민도 5월부터는 인천 I-패스, 그리고 8월에는 기후동행카드 개념을 접목한 '광역 I-패스' 둘 중에 선택권을 갖게 된다. 그러나 경기도민은 김포나 군포, 과천시민을 제외하면 'The경기패스' 외에는 선택지가 없을 예정이다.

지난 1월 22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은 한목소리로 "수도권 주민의 교통편의"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3개 시도가 공동연구와 협의를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금 여론전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재정분담 문제나 기후동행카드 참여에 따른 경기도 버스시스템 정비 등의 문제는 기자회견으로 자신의 입장만 내놓는다고 풀리지 않는다. 올 초 각 단체장들이 한목소리로 다짐한대로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가 서로 마주 앉아 무엇이 가장 주민들의 편의를 높일 것인지 논의하고 조율해서 풀어야 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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