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밤 9시 30분 인천경찰청 112상황실로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접수요원의 수화기로 대뜸 욕설이 날아들었다. 신고자인 A(60대)씨는 혀가 꼬인 상태로 욕설과 횡설수설을 반복했다. 이날에만 10시간 동안 290차례, 즉 2분에 한 번꼴로 112신고를 한 그였다.
경찰은 혹시 모를 범죄피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으로 향했다. A씨가 욕설과 함께 자신의 위치도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건 만취한 A씨뿐이었다. A씨는 현장에서도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경찰은 경범죄 처벌법 위반 혐의(업무방해, 거짓신고)로 A씨를 입건했다. 단순히 하루에 수백 건의 허위신고를 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경찰 확인 결과 지난 1년간 A씨가 112신고를 한 건수는 2088건에 달했다. 단순 계산해도 하루에 6건씩 112신고를 한 셈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허위신고자를 조사하면 정작 특별한 동기 없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렇다고 강력한 처벌도 어려워서 반복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A씨의 신고 내용 중에는 실제 상황과는 무관한 내용이 많았다. A씨는 112로 전화를 건 뒤 "계속 괴롭힐 것"이라고 말하는 등 고의적으로 경찰력을 방해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밖에도 "국가의 최고 112" "민중의 지팡이" 등 위급한 상황과는 무관한 내용의 신고들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이날 수백 통의 허위신고와 함께 경찰을 향한 욕설까지 내뱉자 결국 경찰은 A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허위신고자는 훈방 조치도 가능하겠지만, 과도한 허위신고로 경찰력이 낭비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제는 허위신고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7월부터 거짓신고 '처벌 강화'…과태료 최대 500만원
올해 7월부터는 이같은 허위신고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다. 과태료를 최대 500만원으로 상향한 '112신고의 운영 및 처리에 관한 법률안'(112신고처리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허위신고에 대해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나 경범죄 처벌법상 거짓신고(6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를 적용해 왔다.
하지만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형량이 높아 적용하는 데 현실적인 부담이 있었고, 경범죄 처벌법은 처벌 수위가 낮아 허위신고가 단절되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두 법의 중간 단계에 있는 112신고처리법을 시행하고 허위신고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112신고처리법에 따라 적정 수준의 처벌이 이뤄진다면, 허위신고 역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