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에콰도르에서 발생한 대통령선거 후보 살해 사건은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갱단 수괴의 지시에 의한 청부살인이라는 현지 검찰 수사 결과가 나왔다.
28일(현지시간) 에콰도르 검찰 보도자료와 소셜미디어에 따르면 전날에 이어 이날 피친차 형사법원의 이레네 페레스 치안 판사는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 후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6명에 대한 기소 전 예비심문 절차를 진행했다.
예비심문은 중범죄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기 전 검찰 수사 절차에 정당성과 적법성을 따지고 혐의사실에 대해 증거가 있는지를 살피는 단계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아나 이달고 검사는 자국민 5명과 콜롬비아 출신 1명이 공모해 지난해 8월 비야비센시오 후보의 목숨을 빼앗는 데 관여했다고 밝혔다.
앞서 야당인 '건설 운동' 소속 비야비센시오 대선 후보는 지난해 8월 9일 오후 6시 20분께 수도 키토에 있는 한 체육관에서 유세를 마치고 이동하던 중 총격을 받아 숨졌다.
비야비센시오 후보는 당시 강력한 갱단 척결 공약을 내세웠고, 이 때문에 복수의 카르텔로부터 동시에 살해 협박을 받았던 것으로 검찰은 확인했다.
현지 일간지인 엘우니베르소는 당시 교도소에 있던 '로스 로보스'(늑대들) 갱단의 수괴가 비야비센시오 후보 암살을 조직원들에게 지시했고, 조직원들이 청부 살인 업자를 고용해 이번 사건을 저지른 것이라는 검찰 수사 결과를 보도했다.
피의자 6명 중 1명인 로스 로보스 갱단 수괴는 특히 수감 중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화상 회의'를 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갱단은 비야비센시오 후보 측에 '수도 키토 지역 절반 구역에 대한 활동권과 감옥 관리권'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중남미 매체 인포바에는 전했다.
이들 6명 외에도 8명이 사건에 관여했는데, 비야비센시오 후보에게 실제 총을 쏜 것으로 알려진 1명은 사건 당일 경찰 추격을 피해 달아나다 총에 맞아 숨졌다.
콜롬비아 출신 또 다른 피의자 6명은 지난해 10월 교도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모두 질식사한 것으로 보인다는 경찰 발표가 있었다. 나머지 1명도 며칠 뒤 감옥에서 피살됐다.
로스 로보스는 8천여명의 조직원이 소속된 것으로 추정되는 마약 밀매 카르텔이다. 멕시코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과 연계된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이 카르텔은 '로스 초네로스'와 더불어 에콰도르 내 악명 높은 범죄 조직으로 꼽힌다.
많은 조직원이 수감돼 있는데, 이들은 유혈 낭자한 교도소 폭동을 여러 차례 선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정부는 경찰관 납치 및 살해, 생방송 중인 방송국 내 괴한 난입, 수감자 탈옥 등 일련의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달 초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강력한 갱단 소탕 작전을 펼치고 있다.